전 서울신정고(신정여상) 교사, 서영대학교 파주캠퍼스 디지털전기과 겸임교수
정부는 ‘일학습병행지원법’ 제안 이유에서 스위스와 독일의 직업교육훈련제도(도제교육)를 착안했음을 언급하고 있다. ‘일학습병행제’는 기업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을 ‘학습 근로자’로 채용하여 현장훈련을 하면서 동시에 학교에서 이론교육을 받는 교육훈련 제도를 말한다.
우리 노동환경이 스위스나 독일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는 우리 실정에 맞게 이를 제도화해서 특성화고교 취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기본방침이다. 지난 8월 산업현장 일학습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이 입법화됨에 따라 도제교육은 법률로 더욱 공고해졌다.
입법목적에 나타나 있듯이 일학습병행지원법은 ‘산업수요 적극 반영’을 명시함으로써 필요한 산업체의 수요에 맞게 ‘학습근로자’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도제식 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노동자 신분을 부여하겠다고 하면서도 이 법률에 의해 ‘학습근로자’ 보호가 명확하지 않은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학습기업 규모 제한이 없어 적절한 도제교육 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운 영세사업장에까지 학생들을 내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이 위험한 노동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은 3학년 2학기부터 시행하지만, 도제학교는 1학년 때 희망자를 선발해서 2학년 때부터 도제반을 구성한다. 2학년부터 학교와 산업체를 오가면서 학습과 일을 병행하게 된다. 실제로 현장을 경험한 학생들은 산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10명 중 3명 정도가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실한 기업을 제대로 걸러낼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는 학교나 학부모, 학생들이 안심할 수가 없다.
학교현장에서도 도제부는 기피 대상 1호이다. 도제학교 사업을 신청할 때 참여기업 확보가 필수적인데 현행 제도에서는 학교가 알아서 참여기업을 확보해 사업 신청을 하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도제학교 담당교사의 업무 강도는 더욱 높아지고, 훈련계약의 불명확함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학생들이 입을 수 있기에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도제학교 취지에 맞는 직업교육훈련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도 힘들었다. 학생들에게 업무 내용에 관해 물었을 때, 전공 관련 업무를 했다는 답변도 있었지만, 실제로 단순노동을 했다는 답변이 더 많았다.
‘일학습병행제(도제학습)’가 실효를 얻기 위해서는 정부가 도제 사업을 하는 학교의 참여기업을 선정해주는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다음으로 학교에서의 교육과정과 참여기업에서의 훈련과정이 엇박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도제교육지원센터(가칭)를 두어 지원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다면, ‘일학습병행제’는 의미가 퇴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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