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원식 전 서울신정고(신정여상) 교사
서영대학교 파주캠퍼스 디지털전기과 겸임교수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2월 6일 서울 70개 특성화고의 2020학년도 신입생 모집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서울 특성화고의 60%인 42곳이 모집인원 1,592명을 채우지 못했다. 학령인구 급감과 디자인·문화콘텐츠학과 등 인기학과 쏠림 현상이 심화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00년대 초반 80%에 달하던 서울 특성화고의 취업률은 올해 37%로 급락했다. 특성화고 모집정원 미달의 근본 원인인 취업률 하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특성화고 미래 교육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제4차 산업혁명 분야 전문기능인을 양성하고 특성화고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미래지향적 종합 발전 계획이라고 했다.
2021학년도 신입생부터 모든 특성화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인공지능(AI) 소양 함양을 목적으로 관련 과목을 3단위(51시간) 이상 필수적으로 편성·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학교 현장에서 3단위 이상을 교육과정에서 확보하려면 기존 과목을 없애야 하고, 이 과정에서 기초가 되는 과목들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한 예로 특성화고에서 국어 과목은 단위 수가 줄어서 2단위밖에 안 된다. 기초과목이 줄다 보니 기본 어휘력이 떨어져 글쓰기, 면접 등 특성화고에서 꼭 필요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인공지능(AI) 고등학교로 전환하기 위해 2020년부터 ‘4차 산업혁명 분야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원 중장기 연수’를 5년간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2020년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스마트팩토리,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4개 분야별로 20명씩 총 80명이 연수를 받아 안정적인 학교 운영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이 정도의 연수로 전문가가 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초기 3년간은 외부 산학협력교사를 투입하여 안정적 운영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이 부분도 도제 사업을 보면 그 미래를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다. 학교 현장에서 도제 사업은 매우 어려운 부분에 직면해 있는 것도 직시해야 한다.
고등학교 졸업 수준의 인공지능(AI) 분야 전문기술인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 수학 기반 교육과정을 강화하고, NCS 학습모듈을 기반으로 실무과목을 구성해서 특성화고 교육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것이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이다. 여기에서 NCS 학습모듈을 기반으로 실무과목을 구성한다고 했는데 과연 특성화고 현장에서 NCS 학습모듈이 얼마나 정착되었는지는 이 시점에서 전문가들과의 토론을 통해 깊이 검증해봐야 한다.
‘서울 특성화고 미래 교육 발전 방안’을 폄훼하기 위해 이 칼럼을 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모처럼 미래 교육 발전 방안이 빛을 발할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는 가운데서 문제점이 될 만한 부분을 미리 짚어보자는 것이 핵심 의도이다.
특성화고 졸업 후 원하는 직업을 갖고 필요한 부분을 더 전문적으로 공부해서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려는 것이 학생들의 소망이다. 중학생들이 특성화고에 많이 진학하도록 하려면 때마다 과를 바꾸는 땜질식 처방을 내려서는 안 된다. 각 특성화고의 장점을 살리는 전공교육이 우선되고 특성화고 학과 간 장벽 제거, 인적·물적 자원공유 및 교류로 학생들에게 다양하고 충실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다.
국내 700여개 기업이 인공지능(AI) 면접을 채택했거나 시범 도입했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올해 말까지 도입 기업 수가 1,000곳 이상으로 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취업현장의 상황을 직시하고 특성화고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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