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교감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한다. 아픔은 복합적인 증상이다. 몸이 아픈 것이 단지 신체의 고장에 지나지만은 않는다는 말이다. 마음이 아픈데 몸도 함께 아픈 경우가 바로 그렇다. 그래서 모든 병의 근원은 마음에서 나온다고 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그런 현상을 경고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행스럽게도 몸은 자연 치유력이 있다. 그러나 스스로 치유하는 한계 능력을 잃으면 회복적 탄력성은 약화되어 치유되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아픈 사람들은 어떻게 몸과 마음을 치료할 수 있을까?
육체의 아픔에 시달리는 모든 교사에게 먼저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일상에서 느끼는 육체의 고통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아울러 마음이 아픈 교사들에게도 ‘동병상련’의 측은지심을 전하고 싶다. 일찍이 맹자 성인이 한 말이지만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아픈 교사들에게 대신 전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에 내재된 까닭이다.
이순(耳順)의 나이에서야 비로소 교사들의 아픔을 느끼게 되었다. 필자가 당사자이니 그렇기도 하지만 감각이 한참 무디다는 비판을 감수하고 토설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감정적, 정서적 메마름을 인정하고 새해에는 달라지는 삶을 살고자 하는 희망이기도 하다. 몸과 마음의 아픔을 극복하는 비결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그것은 바로 매사에 기뻐하고 감사하고 기도하라는 성경 말씀에서 찾기를 권하고 싶다.
필자는 마음의 병이 육체의 병으로 옮아감을 절실히 느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문제를 일으키며 좌충우돌하는 남녀 고등학생들을 35년 가깝게 교육하며 살아왔다. 최근에도 여전히 아니 오히려 심화되는 추세에 있다.
정신 질환성 문제를 안고 학교에서 이를 일탈의 방식으로 발산하는 십대 청소년들, 관심을 받기 위해서 고의로 타인에게 문제를 유발하는 행동, 예컨대 학교폭력, 왕따, 사이버 괴롭힘, 일상적으로 남의 물건을 훔치는 도벽, 학교에서 무조건 잠만 자는 행위, 소그룹으로 몰려다니며 학교 규정에 어긋나는 행동(흡연, 학교 담 넘기, 수업 빠지기, 청소 안 하고 놀기 등)만 일삼는 학생, 가정에서 대화와 소통이 단절된 학생, 입시의 중압감에 매사 무기력한 학생, 자신감 상실로 늘 타인의 결정에 따르기만 하고 자신의 생각은 아예 말하지도 못하는 존재감이 없는 학생,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게임에 중독되어 삶의 중심을 잃은 학생 등은 학교에서 이따금씩 학생 생활지도의 수준을 넘어 그 빈도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교사들에게 일상에 피로와 두통, 소화불량, 정신장애 등을 유발하는 요인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육체적, 심리적 고통을 해소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상생활 속에서 모든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 감사하는 마음을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교사가 밥 먹고 사는 것도 문제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그리고 교사의 행복을 스스로 가장 우선적으로 찾아야 한다. 이것만이 효용성이 높은 치료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 모든 일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관건이다. 또 자신에 대해 겸손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서로 연계되어 밀접한 유대를 맺는다. 그렇기에 신체의 아픔은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한 사유로 이어지고 결국은 마음이 만병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것이 불가에 의하면 석가께서 ‘내면을 관찰하는 명상’을 통해 모든 존재는 연기적(緣起的) 원리의 지배를 받는다는 가르침으로 정리되어 있다.
교사에겐 이처럼 지극히 단순한 삶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것은 엄청난 지식이나 용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단지 감사하는 마음과 겸허한 마음이면 된다. 모든 아픈 교사들에게 필자는 고(告)하고자 한다. 가장 큰 배움과 행복은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깨닫는 것이다. 교사 제위여, 몸이 아프다는 것은 삶에서 더 소중한 것을 깨닫게 만드는 신호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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