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ㆍ존중의 학교생활문화 개선방안
천미경 (인제 서화초등학교 교장)
Ⅰ. 들어가며
요즈음 학교 현장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용어가 ‘학교폭력’이다. 학교에서는 관련 법령부터 지침 그리고 홍보물, 교원 대상 연수, 학생 대상 교육, 대책자치위원회 구성 등 짧은 기간에 너무나 많은 업무들이 진행되었다. 학교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인 원인과 이유에 대한 고민과 해결방법을 찾기보다는 현재 나타나는 결과에 대한 처벌위주 처리 방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학교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에서의 인권개선으로 자율과 존중의 학교생활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본고에서는 학생문화와 교사문화를 중심으로 ‘자율과 존중의 학교생활문화 개선’에 미치는 문제점과 그에 따른 제안을 하고자 한다.
Ⅱ. 학생 문화 측면에서
학생의 인권이 보장된다고 하여 반드시 자율과 존중의 학교생활문화가 형성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인권보장이라는 기본 바탕에 다양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 동안 학교에서 이루어졌던 교육활동을 생각해보면 학생의 자율성보다는 교사의 결정이 더 우선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학교생활에서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미 주어진 계획과 교사의 지도에 따라 학습하기 때문에 자율성의 범위를 규정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아주 사소한 일조차도 학생의 선택과 결정의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가정에서도 어린아이라는 이유로 부모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따르게 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자율과 존중이라는 학생 문화가 형성되고 있으며, 학교 내에서 자치의 장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나가려는 교육방향과 학교자체 계획들이 구체화되어 확산되고 있다.
학생자치회의 활성화로 학생들에게 학교문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어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은 미숙하고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해도 학생 의견에 대한 신뢰와 격려로 그들을 지지하여야 한다. 충분한 시간과 기다려주는, 그래서 학생 스스로 자율과 존중이 무엇인지 알아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잘 되지 않는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학생들은 힘든 과정 자체를 통해서 성숙한 학교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학생동아리 활동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그 동안의 형식적인 동아리 활동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더불어 배려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활동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배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방법을 찾아보아야 한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무엇보다도 스스로 참여하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과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협력하는 마음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
지금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학생들에게 그들의 시간을 돌려주자. 빠른 길보다는 돌아서 가더라도 함께 고민하면서 의논하면서 갈 수 있는 시간을 주자.
Ⅲ. 교사 문화 측면에서
학교 밖에서 보는 교사와 학교 안의 교사의 모습은 너무나 다르다. 아직도 사회에서는 편한 직업,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좋은 직업, 노후 걱정이 없는 직업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교사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학교 안의 일상을 볼 기회가 있다면 누구든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출근에서 퇴근까지 잠시의 마음의 여유도 없이 하루를 보낸다. 가르치는 일 외의 업무와 ‘교사의 교권 추락’, ‘학교폭력’, ‘교실 붕괴’ 이러한 말들이 더욱 더 힘들게 한다.
학교에서의 교사문화 역시 자율성과 존중의 문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관료적이고 수직적인 교육행정 구조에 따른 상명하달의 업무처리 방식, 가르치는 일보다 업무에 치중해야하는 현실, 과거의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답습하는 일들이 자율과 존중의 교사문화 개선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교사 협의회 방법 개선을 들 수 있다. 현재 도내 학교들 중에는 교사 협의회 방식을 바꾸어 실천하여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지시 전달의 학교 회의 문화를, 충분히 고민하고 논의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교사 협의회에서 결정된 사항에 대하여 학교운영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가 대수롭게 여겨질지 모르지만 실제 학교운영에 대한 교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교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다면 관리자 중심으로 학교가 운영될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관리자의 생각의 변화도 중요하다. 지금의 학교 구조상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 관리자이기 때문이다. 관리자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학교의 변화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관리자 대상으로 각종 연수와 교육을 통해 변화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많이 변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함께 바꾸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교사 협의회에서 결정된 사항은 학교 관리자도 적극 수용하고 교사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협의 해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관리자이니까 결정만 하고 지시한다는 생각은 학교경영에 저해 요인이 될 뿐이다.
Ⅳ. 나오면서
교육에 대한 어떠한 문제가 제기되면 우리는 너무나 그 해답을 잘 알고 있다. 필자 역시 개선방안이라고 몇 가지 제시하였지만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방안은 누구나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의 문제는 곧 해결 방법이다. 문제로 인식하는 순간 해결방법은 나온다는 것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교육의 목적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교육을 하는 목적은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인간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잊지 않는다면 문제는 해결되리라 생각한다. 학교에서의 인권개선으로 자율과 존중의 학교생활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이 글은 한국교육개발원이 5월 17일 주관한 「순회토론회(강원) : 학교인권 개선과 자율ㆍ존중의 학교생활문화 개선 방안」에서 발표된 글임을 밝힙니다.>
.gif)
.jpg)
.jpg){kind=small}
.jpg)
.jpg)
.jpg)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