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진 지혜공유학교 꿈터장/ 전 인천포스코교 교장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과학자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아이작 뉴턴’이라는 응답이 1위에 올랐다. 뉴턴이 12살에 입학한 그랜썸 왕립학교의 헨리 스톡스 교장은 뉴턴의 재능을 발견한 뒤, 그에 대한 높은 신뢰감을 가지고 교육을 통해 뉴턴이 학문에 호기심을 갖도록 했다. 뉴턴이 공부에 흥미를 갖게 되었을 무렵 계부가 사망하자 뉴턴의 어머니는 그의 학업을 중단시키고 고향으로 돌아와 농부가 될 것을 강요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뉴턴은 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어려운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그때 헨리 스톡스 교장이 찾아와 어머니를 설득하여 그는 다시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다. 헨리 스톡스 교장은 뉴턴을 자기 집에 기숙시키면서 수준 높은 교육으로 역량을 키워, 1661년 그를 케임브리지대학에 입학시켰다. 이후 뉴턴은 과학사에 남을 위대한 유산을 남겼다.
평생을 독신으로 진리를 탐구한 뉴턴이 그랜썸 학교에서 헨리 스톡스 교장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머니가 농부의 아들로 살 것을 끝까지 강요했다면, 지금 우리는 우리가 사는 삶과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과학천재의 탄생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으며, 그 배후에는 학교와 스승이 있었다. 나는 교육자로서 천재의 탄생에 얼마나 이바지 했는가 성찰해 본다. 모든 아이는 각자 다른 천재의 기질을 갖고 태어난다. 단지 가정과 학교에서 천재의 재능을 발견하지 못하고 키워주지 못할 뿐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뉴턴만이 천재는 아니다. 우리 삶의 주변에서도 수많은 천재를 만날 수 있다. 지적 장애인의 생활공동체인 거제도 애광원에서도 천재는 탄생했다. 어린 시절부터 말을 하지 못했던 아이를 선생님들이 정성껏 10년 동안 돌본 결과 기적을 이뤘다. 그 아이는 행동과 몸짓으로 의사표현을 하곤 했는데, 이해하지 못하는 말도 선생님 한 분께서 몇 년 동안 반복적으로 상대를 해주고 반응을 해주니 아이가 자신감이 생겨서 이제는 수다쟁이가 되었단다. 그 10년 간 선생님께서는 모두가 그만하라고 할 때도 포기하지 않으셨기에 애광원의 천재가 탄생한 것이다.
어느 날 그 아이가 ‘선생님’ 이라고 한마디를 한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선생님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끌어올려 천재가 된 이 아이는 지금 애광원의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초임교사 시절 강원도 사북에서 특수학급을 1년 동안 담당했다. 한글을 읽고 쓰지 못하고, 가감승제를 하지 못하는 중학교 1, 2학년 학생 5명과 함께 생활했다. 아이들은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가정과 학교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소외되어왔다. 학업성적이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전부는 아닌데도 말이다. 아이들의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 부모님께 작은 성공에도 진정으로 칭찬하고 격려해 주시라고 부탁했던 생각이 난다. 무엇보다도 다섯 명의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존감을 찾고 ‘나도 할 수 있다’는 긍정 심리를 키워주는 일이었다. 자존감의 토대 위에 아이들에게 지닌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경험이 이뤄진다면 천재는 탄생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난 오늘 돌아보건대 교사로서 그 시절 아이들의 잠재역량을 극대화 시키지 못했음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천재’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남보다 뛰어난 재주 또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한다. 지금까지의 천재는 ‘남보다 뛰어난 능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각자의 역량을 발휘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재정의 하고 싶다.
모든 아이는 천재가 될 수 있다. 각자가 지닌 잠재능력이 모두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한 차이를 만들어 그 능력을 극대화 할 때 천재는 탄생한다. 아이들이 잘하는 분야를 더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있도록 지지하자.
어른들은 언제 어디서나 아이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아낌없이 나누어주는 멘토가 되자. 천재의 탄생은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의 잠재능력을 발굴해 극대화하는 교육문화가 성숙했을 때 가능하다. 우리 사회에서 수많은 천재의 탄생을 갈망한다. 가능한 일이다.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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