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시대의 교육은 대면수업 위주 교육과정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지난 반년동안 우리는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 학생과 강원도 학생이 동문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교원의 역할이 약해질 전망이다’ 등의 미래 교육 전반에 대한 여러 가지 예측과 견해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뒤돌아보자면, 이러한 예측들은 아득해지기도 한다.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공교육에의 의존도와 그에 따른 학습 격차에 대한 무대책이 언택트시대로 가는 길의 걸림돌로 여전히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초등학교 1학년 반을 맡은 교사 A씨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1학기 때 한 달간 원격수업을 했을 때부터 학력 격차가 너무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휴업 상태가 4월 20일까지 갔다. 학습에 장기적이 공백이 있던 것”이라며 “대면 수업으로 전환된 후 수학익힘, 실험관찰 등의 교과서를 확인해보니 몇 명 빼고는 원격수업에서 진도 나간 것들이 텅 비어 있었다”고 했다.
또한 반 아이들과 1학기 때 10번 만난 게 전부라는 A씨는 “2학기 때는 아직 한 번도 못 만났다”며 학습 공백을 가정에서 채워주는지, 그렇지 못하는지에 따라 학력 격차가 심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OECD 교육지표 2020’를 발표하면서, 학교 수업 차질이 세계 경제 성장잠재력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학년의 3분의1을 출석하지 못한 학생들이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 것이다. 출석 손실이 기술 손실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그 결과 출석 결손에 따른 총 손실은 일반적인 경우에 각국의 현 국내총생산(GDP) 대비 69%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OECD는 학교 수업이 '이전 수준의 성과'를 회복하는데 더디다면 경제성장 손실은 '비례적으로 높아‘진다고 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에 따른 홈스쿨링이 계층간 교육격차를 확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된 이후 전세계 학생들 대부분이 집에서 교육을 받는 홈스쿨링을 하게 되면서 충분한 교육자원이 제공되는 가정의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가정 학생들간에 학업 성취도가 이전보다 더 크게 벌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A씨는 학력 격차 외에도 관계 정서 문제, 영향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그는 영양 불균형 문제에 대해 “고학년 선생님들의 경우 아이들에게 전화해서 아침으로 무엇을 먹었는지 물어보면 ‘라면 먹었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고학년 선생님들이 강력하게 지적한 부분”이라고 했다.
이처럼 교육 당국이 온라인 수업 서비스를 제공·지원하고, 전방위적 대응 방안을 내놓는다고 해서 해소 가능한 사안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교육 당국의 정책과 현장의 거리만큼 학습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학생과 학부모에게 그저 스마트기기 앞에 앉아 ‘새 시대에 적응하라’고 강요할 문제가 아니다. 이마저도 불가능한 아동학대 가정, 맞벌이 부부 가정은 어떻게 해야 할까? 국가재난 수준에 알맞은 촘촘한 정책이 필요한데, 교육 당국은 계속해서 학생, 학부모, 교사에게 잘 좀 해보라고 재촉하는 꼴이다. 이렇게 해서는 미래는 우리가 기대하는 모습으로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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