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등학교 교감
효율성과 효과성, 이 두 용어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리말 사전에 의하면 효율성(效率性: efficiency)은 ‘들인 대가나 노력에 비하여 훌륭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기능이나 성질’을 의미한다. 반면에 효과성(效果性: effectiveness)은 ‘어떤 목적을 지닌 행위에 의하여 드러나는 보람이나 좋은 결과가 있는 성질’을 나타낸다. 이를 보다 현실적으로 해석해 본다면 효율성은 ‘적은 노력으로 빠른 기간에 해내는 것’이고 효과성은 ‘그 일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사실 어떤 일을 잘한다는 것은 양자가 균형을 이룬 상태를 말한다. 농업사회에서는 이러한 균형이 유지되었다. 하지만 산업사회에서는 시작과 함께 그 균형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문제는 현재 디지털시대에도 효율성이 효과성을 압도한다는 점이다. 교육 현장에서도 이처럼 효율성이 효과성을 우선하여 운영하는 것이 합당한가?
오늘날 우리 사회에 ‘빨리빨리’ 정신은 어느 곳이든 깊숙이 침투해 있다. 물론 이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를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쾌거를 동시에 성취하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하지만 삶의 질에 관심을 갖고 인간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를 숙고하는 요즘에는 과연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며 성과를 거두는 효율성을 높이는 것만이 최선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일을 빨리 처리한다고 그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교육과 관련된 일은 더욱 그렇다. 조금 늦더라도 그것의 방향과 의미를 숙고하는 것이 중요함을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우리 교육의 병폐인 경쟁은 그러한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교사는 5년을 주기로 정기적으로 학교를 이동한다. 인사철이 다가오면 가장 큰 관심은 누가 오고 누가 가는지에 대한 대화이다. 교직 사회는 좁기에 몇 사람만 건너면 누가 어떤 사람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인사 발령이 나는 날은 대부분 전화통이 불난다. 일단 첫마디가 “그 선생님 어때?”라는 질문이다. 이런 경우에 돌아오는 대답은 “글쎄…일단 사람은 좋아. 상당히 능력도 있는 사람인데…아무튼 직접 경험해 봐”와 같은 대화가 주종이다. 문제는 이런 대화의 이면에는 ‘업무능력’에 대한 평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빠른 업무 처리 능력’이란 핵심이 실질적인 관심인 것이다.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학교에 전입하는 교사에 대해서 그 선생님 수업 잘해?라는 질문은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대신 그 선생님 일 잘해?라는 질문이 먼저다. 물론 업무도 교사의 능력을 평가하는 요소이다. 하지만 문제는 갈수록 업무만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압도적이라는 점이다.
잠시 ‘그때는 말야’의 진부한 세계로 들어가 보자.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를 얻고자 한다. 과거엔 학교의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언제나 경력교사들이 함께 했다. 연구학교 계획서, 보고서, 발표회뿐만 아니라, 지금은 자체적으로 이루어지는 학교평가, 또는 학교에 설치되는 각종 T/F팀에는 언제나 베테랑 교사가 함께 했다. 여기엔 젊은 교사들의 ‘빨리빨리’로 무장한 효율성이 장점이었다면 베테랑은 ‘느긋함’이라는 효과성이 돋보였다. 젊은 교사들이 브레인스토밍을 하여 이것저것 계획서에 담아 오면 베테랑 교사들은 빼고 첨부할 것을 정리해주었다. 또 말로라도 알려주고 도움을 주었다. 이처럼 젊은 교사와 경력교사 간에는 언제든지 묻고 답하는 식으로 서로 간에 왕래를 통해 소통이 되고 도움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요즘은 학교에서 경력교사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있다 해도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교사만의 책임은 아니다. 우리 교육이 경쟁으로만 치달은 결과이다. 이로써 학교에선 여유와 느긋함이 사라지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다양성이 배척될까 염려스럽다. 학교 현장에서 교육의 본질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효율성이 효과성을 압도하는 것은 재고(再考)하고 지양(止揚)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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