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서로위키(James Surowiecki)가 쓴 『대중의 지혜(Wisdom of Crowds)』란 책 앞머리에는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영국의 시골 장터에서 재미있는 대회가 열렸다. 황소의 무게를 알아맞히는 사람에게 상금을 주는 내기였다. 무려 8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참가하여 소의 무게를 종이에 적어 제출했다. 하지만 소의 무게를 맞힌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내기에 참가한 사람들이 적어낸 숫자의 평균을 계산해 보니 정답인 1197파운드에서 단 1파운드 모자라는 1196파운드였다고 한다.
그는 이 일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 1822~1911)이라는 영국의 우생학자는 소위 엘리트주의자이다. 즉, 뛰어난 소수만이 사회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골턴은 바로 그 시골 장터에서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깨뜨렸다. 그러면서 “개개인 선택의 총합은 탁월한 전문가들의 선택보다 현명하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우리’는 ‘나’보다 우월하다. 이것은 집단지성(集團知性, Collective Intelligence)의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라 할 수 있다.
그럼 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 이는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생태계에서 다수의 개체들이 협동하여 하나의 집합적인 지능을 만들고, 그것이 어떤 지능적인 활동과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벌이나 개미, 떼지어 이동하는 새나 물고기 등의 활동을 지칭하는 '떼 지성(Swarm Intelligence)'이란 용어와 유사하다. 결국 집단지성은 다수의 컴퓨터 이용자 간의 상호 협동적인 참여와 소통으로 만들어지는 결과물, 집합적 행위의 결과물, 판단과 지식의 축적물 혹은 그 과정을 말한다. 실제로 다수의 개체가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하여 얻게 되는 지적 능력의 결과는 개체적으로는 미미하게 보이나 집단적으로는 능력 범위를 넘어선 힘을 발휘해 특정 전문가나 기업의 전문 지식보다 더 우수한 대중의 지혜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우리의 학교 현장을 바라보며 흔히들 “폐쇄적인 교직 문화로 인해 교사 상호 간의 협력과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어떤 사람은 교사들이 “닫힌 성에서 혼자 살기”에 익숙해져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정작 교사 자신들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교사들은 매일 겪는 교육적 경험과 실패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눌 조직을 가지고 있는가? 한마디로 그런 모임이 있어야 교사는 성장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학교의 실상은 어떤 모습일까?
학교에서는 학년 초 수업 시수와 담당 학년 배정을 하고, 가끔 모여 시험 범위와 채점 기준을 의논하는 교과협의회가 전부이다. 교사 학습공동체는 정말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아직은 보편화되지는 않았다. 매우 잘하고 있는 몇몇 학교만 열심히 하고 있을 뿐 대부분은 흉내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솔직한 모습이다. 그 이유로는 무엇보다 그런 공동체를 운영할 시간적 여유도, 전문성을 갖춘 리더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사들은 정말 소중한 경험을 공유하고 내면화하지 못한 채 매번 성장해 나갈 기회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된다.
2021년 신축년을 맞이하여 교사들은 새해 수업과 학급 경영에 대해 고민이 많다. 코로나19와의 사투가 언제 끝날지 예측 불가하기 때문이다. 2020년은 처음 겪는 온라인수업과 그에 따른 대처 역량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문제는 존재하는데 그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조직이 없고, 그런 여건 역시 조성되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교직의 전문성은 교사별 개인차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담론을 뒤로 하고 이젠 교사들 사이에서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라는 집단지성의 힘으로 지혜롭게 펼쳐나가는 신년(新年)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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