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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이상의 독자 중에는 20년 전 방영된 SBS TV 드라마 ‘카이스트’(1999~2000년)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버스에 탄 주인공에게 할머니가 “어느 학교 댕기냐”는 질문에 “카이스트요, 한국과학기술원이요” 했더니 “공부 못하면 기술 배워야지, 열심히 배워~”의 대사로 시작된 화제의 드라마다. 이 드라마 속의 ‘괴짜교수’의 롤모델인 이광형 교수가 20년 후, 지난 3월 8일,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를 양성하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의 총장이 되었다.

㈜넥슨의 김정주 회장, ㈜아이디스의 김영달 대표 등 많은 제자들을 벤처기업 대표로 배출한 그의 연구실은 1990년대 벤처의 산실이었다. 이 총장의 제자들이 설립한 기업들의 연매출은 약 2조 5000억, 일자리 7000개 이상을 창출했으니, 한 명의 교육자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88학번인 필자는 당시 전산과 교수였던 이광형 총장에 대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또, 졸업 후, KAIST 총동창회 임원으로 함께 일하였을 때 모교발전을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하신 모습, KAIST의 부총장 재직시절 국회에서 많은 제언을 하며 인재양성, 창의교육, 연구혁신에 누구보다 앞장서신 모습, 만날 때면 언제나 에너지 넘치는 함박 미소와 소통과 배려를 몸소 보여주신 모습들이 오랫동안 곁에서 본 이 총장에 대한 기억이다.

이 총장은 취임식에서, “KAIST의 문제는 너무 공부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전공공부 시간을 10% 줄이고, 그 시간에 인성과 리더십을 배우자”고 제안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에서 공부시간을 줄이자는 말이 웬 말이냐고 혹자는 말할지 모르나, KAIST에서 공부했던 졸업생으로서 또 KAIST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로서 필자에게는 너무나 공감이 가는 말이다. 또, 과학·예술을 융합한 미술관을 설립하고, 실패연구소를 운영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이 얼마나 멋진 제안인가! 이 총장은 KAIST의 주요과제로 ‘기술사업화’를 내세웠는데, 이것은 글로벌 창의리더 교육, 그리고 연구혁신의 결과가 어떻게 사회적 가치창출로 연결시킬 수 있는지에 해답이 된다며, ‘교수 1연구실 1벤처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KAIST는 앞으로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찾아 정의하고, 해결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한 글로벌 가치 창출에 집중해야 한다"며 포스트 인공지능(Post AI) 시대를 대비해 ‘미래 50년을 위한 KAIST 신문화 전략, 콰이스트(QAIST)’을 제시했다. 즉, 질문(Question)하는 학생, 연구(Advanced research) 혁신,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 기술사업화(Start-up), 신뢰(Trust) 문화가 그것이다.

필자가 공부하면서, 또 자녀를 교육하면서 가장 강조해온 것 중 하나가 바로 ‘호기심’이었다. ‘질문하는 카이스트’를 통한 교육 혁신! 어떤 현상에 대해 끊임없이 알고자 하는 열정 어린 호기심이야말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창업이 무엇인지, 융합이 무엇인지, 끊임없는 열정과 도전, 그리고 혁신이 과연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준 이광형 총장! 이 괴짜 총장의 ‘콰이스트’ 전략으로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미래 50년을 위한 KAIST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 칼럼니스트 김혜영 교수(sweetcandice@hanmail.net)

KAIST 신소재공학 전공 학·석사학위를 받고 KAIST 홍보이사, KAIST 입학사정관원,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 ㈜엠지텍 부사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잉글리쉬나라 대표, 용인시디지털산업진흥원 창업지원센터장을 역임했다. 용인 관내기업의 창업지원 및 용인시 초·중·고 IT/SW코딩교육을 총괄 운영했으며, 현재, (사)시니어벤처협회 부회장, 중소벤처기업부 멘토위원, 법무부 교정위원, 경기도 소재부품산업 육성위원 및 기술개발사업 심사위원, 4차 산업혁명 강연자, 교육전략가, 진로전문가, 그리고 '김혜영 TV' 유튜버로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