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등학교 교감
몇 년 전에 충격적인 전화를 한 학부모로부터 받았다. 밑도 끝도 없이 교사로부터 사과를 받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10년 전의 재직 교사로부터 말이다. 사연인즉, 그것은 참으로 암울한 한 것이었다. “우리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 때, ○○동아리에 가입하고자 담당 교사를 찾아갔습니다. 동아리에 가입하고 싶다는 아들의 말에 그 선생님은 ‘생기기도 못 생긴 것이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지금은 다 찼으니 나중에 와봐’ 하고 단숨에 거절했답니다. 그런데 나중에 다시 찾아가니 ‘못생긴 것이 또 왔네. 자리가 없어’라고 단호하게 거절했다는군요. 그 후 아들은 어렵게 학교를 졸업하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악몽으로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직장생활하면서도 그때의 일이 떠올라 자신감도 없고 외부활동도 거의 하지 않은 채 외톨이로 살아갑니다. 그 선생님으로부터 사과를 받고 싶습니다”라는 하소연이었다.
필자는 너무도 부끄럽고 한심하여 일단 대신해서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그리고 교사는 5년이면 학교를 이동하기 때문에 그 담당교사가 지금은 근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그동안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고통스럽고 또 어떤 마음으로 전화를 했을까 생각하니 더욱 가슴이 먹먹했다. 그 순간 어른답지 않게 말하는 교사의 언어습관이 성장하는 청소년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고 평생의 트라우마가 되어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지금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그 말에 동료교사로서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정도이고 한편으론 분노와 함께 그 교사가 누구인지를 찾아 진실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가 하면 교사 A, 그는 50대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항상 존댓말을 사용한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참, 잘했어요. ○○이는 어떻게 생각해요? 이것에 대해 설명을 해줄래요. 좋습니다. 오늘 모두가 충분히 잘했어요. 제 설명을 잘 이해했나요? ◇◇이 오늘 기분이 어때요? 공부는 잘 되고 있나요?” 등등 등교맞이부터 교실 수업, 그리고 복도에서 마주치는 학생들을 이름을 불러주며 존댓말을 사용하는 언어습관은 늘 동료교사들의 주목의 대상이다. 가식적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관된 습관이 배어있다.
중고등학교는 10대의 아이들과 20대 후반부터 60대 초반의 교사들이 함께 생활한다. 문제는 누구나 말을 하지만 제 나이에 맞는 말을 배우고 연습하는 사람이 드물다. 요즘은 학교는 물론이고 가정에서도 말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어른이 된다고 어른답게 말하는 법을 자연히 알게 될까? 혹시 몸은 마흔 살, 쉰 살이 되었는데 말은 이삼십 대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도 성장해야 한다. 즉, 어른은 어른답게 말해야 한다. 요즘은 말하기에 자신이 없다면 존중받기를 기대할 수 없는 세상이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반영한다. 말이 아름다운 사람이 진짜 어른다운 사람이다. 학교는 10대의 집합체인지라 자칫하면 지시하고 명령하고 인격을 무시하는 말의 실수를 범하기 쉽다. 모든 화의 근원은 말에서 비롯된다. 교사가 사용하는 말은 무엇보다 학생들이 배울 점이 있어야 한다. 얻는 게 하나도 없는 말은 ‘꼰대’의 잔소리가 된다. 그리고 교사의 말은 오락가락하지 않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감정노동자인 교사에게 특히 중요하다. 감정을 절제해 의젓하게 말하고 진심을 말하되 행동과 일치를 보여야 한다. 매번 존댓말을 쓰지 못해도 교사답게 거칠고 투박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말재주가 없더라도 따뜻함이 묻어나는 교사의 말은 유능함을 능가하고 남는다. 교사의 언어는 학생을 위하고 동료교사, 교직원, 학부모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야 한다. 보다 성숙한 어른다운 말로 교사의 언어습관을 지켜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gif)
.jpg){kind=small}
.jpg)
.jpg)
.jpg)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