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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부

명지전문대학 명예교수

이번에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17개 시·도지사 중 12개 지역에서 당선자를 낸 ‘국민의 힘’의 압승으로 끝났다. 정당과 무관한 교육감 선거도 함께 치러졌는데, 그야말로 ‘깜깜이’ 선거였다. 유세나 공약 발표를 들을 기회도 흔치 않았으니 후보를 선택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교육감은 대학교육을 제외하고 학교교육으로부터 평생교육에 이르기까지 모든 교육을 관장하는 사실상 시·도의 ‘교육 대통령’으로서 그 권한과 책임이 막중하다. ‘깜깜이’로 교육감을 선출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는 무효표가 많았다. 무효는 기표 상의 오류와 기표를 하지 않은 경우의 합계다. 시·도지사 선거에서는 무효표가 35만여 표(1.6%)였으나, 교육감 선거에서는 90만 표 이상(4.0%)이 무효표였다. 시·도지사 투표에서의 무효표에 비해 1.6배인 55만여 표가 더 많았다. 무효표가 많은 것은 후보자에 대한 관심 및 정보 부족이 한 원인일 것이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총 57명이 후보자로 등록하여 평균 경쟁률은 3.2대 1이었다. 서울과 세종·강원에서는 각각 6명의 후보가 난립함으로써 당선자의 득표율도 29.5~38.1%로 저조했다. 이 지역에서는 보수 후보가 난립하여 진보 후보의 당선으로 이어졌다. 부산·대구·충북·경남·제주에서는 각각 2명의 후보가 맞대결을 벌인 결과 경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보수 후보가 50~60%대를 득표로 당선되었다. 진보 성향의 당선자는 9명이고, 8명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2014년과 2018년에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후보가 절대다수(각각 13명, 14명)가 당선된 것과는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보수 교육감이 대거 당선됐다. 보수 교육감 당선자들이 얻은 표는 진보 교육감 당선자보다 158만여 표가 더 많다. 사실상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의 승리로 끝났다. 재선(4명) 또는 3선(5명)으로 교육감에 당선된 경우는 9명(보수 3명, 진보 6명)으로 현직 교육감의 52.9%가 당선됐다. 소속 교원단체별로는 교총 출신(대학 교수도 가입 가능) 8명(진보 2명 포함), 전교조 출신 6명이 당선되었다. 교육감 선거에서 처음으로 보수 교원단체 회원이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보수 교육감들이 약진한 배경에는 진보 교육감들이 추진한 평등교육에 따른 학력 저하에 실망한 학부모들의 표심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교육계에서는 기초학력 전수 평가, 자사고·특목고 유지, 학생인권조례 등의 문제를 놓고 보수와 진보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더구나 시·도지사와 의회가 보수당 출신의 당선자가 다수를 차지한 상황에서 진보 교육감과 마찰이 커지게 되어 교육계가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교육감은 편향적인 인사를 지양해야 한다. 정치적 성향이 편향된 인사를 함으로써 문제가 된 경우를 거울로 삼아야 한다. 보수와 진보가 조화를 이룸으로써 지성주의적인 교육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와 보수 교육감이 황금 분할된 것은 진보와 보수의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교육정책을 추진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평등교육만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수월성 교육에도 힘써서 학생들이 능력과 적성을 계발할 수 있는 공정한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아울러 그간 학력 저하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에 귀 기울여 학생들의 학력 신장에 힘써야 한다.

향후 정치권에서는 ‘깜깜이’ 선거를 방지할 교육감 선거 제도의 개선에 눈을 돌려야 한다. 표면상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정당 공천을 배제하고 있으나, 정당 공천을 통해 출마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정당 공천을 받는다고 해서 정치적 중립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중립은 교육 현장에서 교육자 개인의 편향된 정치적 견해를 학생들에게 강요하지 않는 데서 구현되는 것이다. 교육자가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할 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교육자가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충실히 가르친다면 정치적 편향성의 문제가 제기될 여지가 없다. 이번 교육감 선거를 통해 국민들은 교육자가 본연의 교육에 충실하라는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