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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광장> 호명 효과
기사입력 2022-09-30 오후 3:59:00 | 최종수정 2022-09-30 15:59   

차갑부
명지전문대학 명예교수

필자는 이름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명찰을 달고 다녔던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버스를 탈 때 승객들에게 이름을 보이지 않으려고 팔을 가슴에 딱 붙이고 몸을 꼬는 동작까지 했다. 특히 주변에 여학생이 있으면 신경이 더 쓰였다. 여학생들이 내 명찰을 보고 수군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얼굴이 붉어진 적이 많았다.

이름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하니 내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얼마 전 어느 친구의 딸 결혼식에서 그 친구를 만났다. 고등학교 동창이고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그의 이름을 불렀더니 정색하며 “xx가 뉘 집 개 이름이냐!”라고 호통을 쳤다. 평소 그 친구는 이름보다 호를 불러주기를 원했다. 그것이 그 친구와의 인연의 끝이 될 줄이야. 오늘따라 몇 달 전에 하늘나라에 간 그 친구가 보고 싶다.   

이름은 존재감의 징표이다. 무언가에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그것의 존재감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란 시는 이렇게 시작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그’와 ‘나’ 사이에서 ‘이름’이라는 매개가 있을 때 비로소 ‘그’와 ‘나’의 관계가 의미가 있게 된다. 학생과 교사가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그 ‘누구’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교실에서 이들이 만났을 때 대중 속의 한 사람으로 존재하던 관계가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설정되는 것이다. 교사가 학생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학생은 교사에게로 와서 제자가 된다.’

서던메소디스트대학의 다니엘 하워드 교수는 실험을 통해 학생들은 교수가 자신을 부를 때 “야!” 또는 “자네”라고 부르는 것보다 ‘아무개 군’이라고 부르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자기 이름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은 그 교수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 수학 선생님은 운동장 조회가 있는 날이면 출석부 없이 자기 반 학생들의 이름을 앞에서 뒤로 걸어가면서 막힘없이 불렀다. 60명이나 되는 반 학생들의 이름을 번호순으로 기억한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관심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 선생님은 수업 중에도 학생의 이름을 불렀다. 대부분의 교사는 학생의 이름을 부르는 대신 날짜별로 예컨대, 그날이 9일이면 9번, 19번, 29번… 이런 식으로 번호를 불러서 문제를 풀거나 교사의 질문에 답하도록 하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19대와 20대 국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학생 번호 부르기 금지법’을 발의한 적이 있다. “번호로 학생 개인을 지칭하여 학생의 인격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라는 취지였으나, 관련 단체들의 반발로 폐기되었다.

교사가 학생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 그것은 생각보다 큰 효과와 의미가 있다. 이것을 필자는 ‘호명 효과(呼名效果)’라 명명한다. 김준기의 저서 『열정적인 교사의 수업기술』에 나오는 이야기가 이를 입증한다. “언젠가 학부모들이 돌아가고 난 다음 마지막으로 남은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 이름을 한 번씩 불러 달라고 했다. 며칠이 지나 교사는 그 엄마가 부탁한 대로 그 아이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다. 그러자 교실 맨 뒤에서 옆 아이와 장난치던 녀석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예!’하고 대답하고는 교사를 쳐다봤다. 교사는 가끔 그 아이의 이름을 불러줬다. 얼마쯤 지나자 그 아이가 조금씩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언제 제 이름을 부를지 모르니 교사를 쳐다보게 되고, 산만하고 거친 행동도 차츰 줄어들었다. 한 학년이 끝날 무렵 그 아이는 모범생이 되었다.”

이름을 부르는 때는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학생의 눈을 보면서 호명하고, 이름을 가지고 농담하거나 놀리지 말아야 한다. 이름은 그 사람을 상징하는 징표이므로 결코 무성의하거나 가볍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교사가 학생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학생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호명받은 학생은 교사와 교과목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기사제공 : 주간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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