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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의회가 최근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위한 주민조례 청구를 수리함에 따라 찬반 논쟁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2012년 초 제정돼 폐지 위기에 놓인 지금까지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부침의 역사가 깊다. 최초로 ‘성별 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명시한 법령이기도 하며, 2017년에는 혐오 표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먼저 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를 제출한 단체는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와 왜곡된 성적 지향을 유도하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이에 유엔 인권 전문가들이 우려한다는 입장을 냈다.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근거한 차별에 반대하는 보호를 약하게 만들고 국제 인권 기준과 차별 금지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며 "특히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가 다른 인권조례 폐지를 위한 길을 열어줄 수 있어 두렵다"고 지적했다.

학생 인권 실태조사를 보면 초·중·고 학생들이 체감하는 인권 보호 효능감은 2015년 64.2%에서 2019년 70.7%로 상승, 2015년 22.7%에 달했던 체벌·언어폭력 경험은 조례가 자리 잡은 2019년 6.3%로 급감했다. 폐지에 반대하는 청소년단체 등은 “학생 그 누구도 차별받거나 배제 받지 않고 폭력과 혐오로부터 보호받는 학교의 가이드라인이 학생인권조례”라며 "학생인권조례를 없애려는 일이야말로 교육다운 교육을 포기하고 함부로 학생을 대할 수 있는 무질서한 학교, 야만의 학교를 만들려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다시 수면 위로 오른 김에 학생인권조례가 첨예한 갈등 속에서 위태하게 유지될 바에 학생과 교사, 부모, 각계 각층의 전문가 등 토론장에 나오길 바란다. 정쟁에서 벗어나 시시비비를 가리다 보면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할지 강화할지 무게가 실릴 것 아닌가. 학생인권조례 ‘폐지’도 ‘강화’도 오롯이 학생들을 위한 것이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