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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대학에 간 아들의 고등학교 시절 학교폭력 문제가 알려지자 국가수사본부장직에 임명된 아버지가 사퇴했다. 과거 사건에 대한 공개적인 사과까지 했지만, 당시의 행동을 보면 전혀 딴판이다.

가해학생과 부모 모두 학폭위의 처분에 불복했다. 학교 측에서 내린 교내봉사 40시간, 출석정지 등의 처분도 이행하지 않았다. 해당 학교의 교사도 가해학생이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폭위는 가해학생의 전학을 결정했고, 아버지는 이에 불복해 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에서도 전학 처분이 유지되자 이번에는 법원에 이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시간을 끌었다.

1학년 때 수개월에 걸쳐서 행해진 폭력 사태의 가해자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그대로 학교에 머물렀고, 마침내 3학년이 된 4월에야 전학을 갔다. 피해학생은 2년 동안 가해학생과 같은 학교 기숙사에 있으면서 정신적 압박을 계속 받아야 했고, 자살시도까지 했다고 한다. 1학년 때 행해진 폭력이 가해학생의 책임이라면, 뒤에 이어진 2년 동안의 정신적 압박은 가해학생 부모의 책임이다.

학교폭력 문제가 학생이 그 학교를 떠나 사회생활을 하는 도중에 터져서, 과거의 일로 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전에는 없던 일이 최근 2~3년 사이에 급격하게 많아졌다는 느낌이다.

학교폭력이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이다. ‘왕따’라는 용어는 1998년이 되어서야 언론에 처음 나온다.

학교폭력은 훨씬 예전부터 있었지만, 저 시기에 늘어난 형태의 폭력은 집단적·지속적으로 약자를 괴롭히는 형태였고, 피해자가 입는 정신적 상해가 커졌다. 은밀하고 영악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선 교사들조차도 해결하기 어려워한다.

대통령이 교육 현장의 폭력을 뿌리 뽑으라는 지시를 내렸다지만, 일선 학교나 교육 당국에서 그동안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몰라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학교폭력 가해자인 아들을 전학시키려는 학교 측의 조치를 부모가 2년간이나 막았다면, 이 사건의 가해자는 학생뿐만 아니라 학생의 부모도 해당된다.

어른이 바르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바르게 생각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바르지 못한 어른이 키운 아이가 바르게 자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