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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충남 염작초 병설유치원 교사

교사들이 흔히 경계선상에 있는 아이라고 부르는 아이가 있다.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에도, 정상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한 그런 발달 수준의 아이이다. 이런 아이의 경우 부모도, 교사도 고민이 참 많다.

필자는 방학 중 8시간 돌봄 당직을 서면서 5, 6세가 함께 있는 혼합반을 운영하게 되었다. 5세 아이들 중 경계선상에 있는 아이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 아이의 발달 사항을 기록하면 다음과 같다. 교사가 하는 말의 의미는 이해하나, 행동을 조절하는데 있어 미숙함을 보인다. 3살 수준의 언어발달 수준을 가지고 있다. 운필력이 부족해 색연필을 잡고 활동을 하기에 어려움을 보였다. 화가 나거나 속상할 때 소리를 지르며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사실 그러지 말아야지 노력했지만, 돌봄 시작 전부터 걱정이 앞섰다. 여름방학 돌봄 때 이미 이 아이와 함께 지내본 경험이 있어서 아이를 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그 아이도 여름보다 성장했고, 짧은 시간이지만 면밀한 관찰을 통해 그 아이를 이해하며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교사로서 나 스스로도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돌봄을 하면서 든 생각은 다음과 같다.

경계선상의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어하나 대부분 어울리지 못했다. 왜냐하면 행동 조절이 잘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배려하여 행동하는 것도, 말하는 것 또한 어려워했다.
필자 또한 여러명의 아이들을 공평하게 돌봐야 하니 편중되게 이 아이에게만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처음에 이 아이에게 더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니, 다른 아이들이 교사 곁을 맴돌며 불편해하는 것이 오롯이 느껴졌다. 그 이후로는 바람직한 행동이 아닐 경우, 이 아이에 대한 관심을 철회하고 무관심으로 임했다. 대신 약속을 지키거나 누군가를 배려하는 등의 행동을 했을 경우에는 격려를 통해 그 행동을 강화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과연 이 아이가 자신의 발달 수준에 맞는 자극을 직접적으로, 빈번하게 받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되면 발달적으로 미숙한 부분을 더 보강하고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이다.

담임 선생님께서 부모님과 상담 시 특수 발달검사를 이미 여러 번 권유했다고 한다. 조기에 아이가 힘들어하는 부분, 어려워하는 부분에 있어서 개입이 빠르면 빠를수록 차후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일반학급에서는 그러한 지원이 이루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 필자는 전에 근무하던 유치원에서 특수아이 1명당 교사가 1명씩 배치되어 아이를 온종일 케어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한사코 거부하고 계신다고 했다. 사실 부모님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우리 아이가 장애를 가진 아이로 판명 나는 것 자체가 결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검사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특수유아로 구분되는 것은 아니며, 특수유아로 구분된다고 하더라도 초등학교,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 다시 검사가 이루어진다.

교사로서 내가 안타까운 부분은 경계선상의 아이에게 필요한 시기적절한 개입이 일반학급에서는 이루어지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유아의 경우에도 어떤 한 부분이 평균 수준보다 떨어지게 되면 요즘은 치료(언어치료, 사회성치료 등)를 받으러 다니는 부모님이 많다. 치료에 대한 개입과 인식이 과거와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다.

경계선상의 그 아이도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성장한다. 이미 2022년 학기 초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 속도는 더디지만 언어구사능력도 향상되었고, 기본생활습관을 지키는 모습 또한 더 자주 관찰되고 있다. 하지만 더 개인에게 맞춘 전문교사의 지원을 받는다면 지금의 모습보다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