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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이 시대 교사들은 갈수록 힘들다고 고통을 호소한다. 학교는 교권과 학생 인권이 충돌하지 않는 평화가 없다. 설상가상 학부모의 온갖 민원으로 인한 갈등은 교사 본연의 업무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한때 ‘금메달’이라 대우받으며 교직의 꽃으로 호칭했던 학교장의 직위는 이제는 ‘목메달’이라 불릴 정도로 자조 섞인 은어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매년 관리자를 포함한 평교사들의 명퇴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젠 교사 양성을 위한 교대 입학자도 크게 줄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그뿐이랴. 작년 입시에서는 교대를 지망하던 학력 수준도 수능 평균 등급 2점대에서 4점대로 하락하였다.

매년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 직업으로 ‘교사’는 최상위를 유지해온 것이 오랜 관행이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다른 직업군으로 그 자리를 내주고 있다. 예컨대 연예인, 스포츠인, 게임(웹) 개발자, 웹툰 만화가 등등이 그렇다. 이들 직업군의 특징은 무엇인가? 사회통념으로 재미가 있고 수입이 좋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교사란 직업은 어떤가? 재미가 있는가? 물론 직업을 재미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재미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또 그에 따른 소득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적인 요소다.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교직은 이미 이 시대에 재미를 떠난 지 오래다. 소득은 오랫동안 박봉의 대명사처럼 인식돼왔다. 단지 소위 ‘철밥통’이란 오랜 매력이 있을 뿐이다.

필자가 교직에 입문하던 ‘80년대는 사도(師道)를 실천하려는 순수한 꿈과 의지를 품을 정도로 자긍심을 주는 직업이었다. 실제로 학생들과 지내는 매 순간이 자부심을 채워주었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임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한국의 높은 교육열을 부러워하며 대한민국의 교사를 ‘국가 개발자(Nation Builder)’라 호칭하기도 했다. 과거 교사는 학부모로부터 존경의 대상이었고 국가적으로 교사를 우대하는 정책을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이제는 지나간 추억이요, 낯선 풍경이고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교육은 시대를 막론하고 그 막중한 임무와 역할로 인해 국가백년대계로 간주한다. 따라서 교사는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게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교사가 인간 교사를 능가한다고 믿고 이를 더 신뢰하는 시대가 되었다. 왜냐면 디지털 문명에 효용성이나 공정성에서 인간 교사를 능가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에 감정이입이 없이 기계에 의해서 공정하게 실행되고 인간 교사처럼 갈등을 촉발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는 결코 바람직한 교육이라 할 수는 없다. 교육은 상호 간의 대화이고 소통이며 정서적 감응에 의한 관계의 힘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정을 교류할 수 없는 교육은 무미건조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교사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필자는 ‘교사는 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 친화적인 환경과 유기 농작물이 인기 많듯이 ‘다정한 교사’는 AI 교사가 소유하지 못하는 매력이다. 작은 것 하나에도 관심을 가지고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인간만이 가능하다. 예컨대 복도에서 지나치던 제자의 신발 끈이 풀린 것을 보고 그를 불러 세워 무릎을 꿇고 신발 끈을 묶어주던 교사로 인해 그 순간 선생님처럼 타인을 배려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고 큰 사업가로 성공한 이야기는 감동으로 넘친다. 이는 다정한 교사만이 이룰 수 있는 교육의 성과다.

교사가 좋아 그 담당 과목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무엇을 말하는가. 힘들고 어려울 때 선생님께 연락하여 위로받고 격려와 응원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교사의 다정함에서 나온다. 학교 가기 싫어도 자기를 이해해 주고 다정한 교사가 있기에 학교로 발길을 옮기는 학생도 있다. 모든 것이 기계화되고 자동화되어 효율성과 공정성이 넘쳐도 교사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인간적인 정서를 공유하는 다정한 교사는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다정한 교사, 이는 코로나 이후 심리적 거리를 좁혀 교육의 성패를 가르는 새로운 표준(New Normal)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