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에 대한 사랑은 고결한 싹을 틔워왔다. 현재도 그 사상의 기초는 변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이 역경에 처해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빛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 믿는다. 전 세계인에게 가장 많이 읽힌 성경은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원수조차 사랑하라는 숭고한 정신의 고갱이를 간직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다. 그러기에 인간은 최고의 목적으로 대우받아야 하며 결코 수단으로 대하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에 대한 사랑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최고의 목적이자 평화를 지향하는 인류문화의 알갱이다. 따라서 이를 교육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그를 위한 교육의 소명은 매우 숭고하다 할 것이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백가쟁명의 숱한 철학의 시대였다. 그중에서 묵가는 인간에 대한 사랑에 커다란 사상적 족적을 남겼다. 묵가를 형성한 철학자가 묵자라 불린 묵적(墨翟, BC 480~BC 390)이다. 묵자는 공자 못지않게 천하를 주유하였다. 그래서 “공자의 앉은 자리가 따뜻해질 겨를이 없고, 묵자의 굴뚝이 검게 그을릴 겨를이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현실을 개혁하려는 묵자의 의지는 그야말로 열정과 헌신 그 자체였다. 그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이라면 자신의 “이마를 갈고 발뒤꿈치를 잘라내서라도” 동참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문헌은 전한다. 이러한 묵자의 세상을 바꾸는 철학 사상의 고갱이는 ‘겸애(兼愛)’였다. 이는 나라와 나라 사이에 일어나는 전쟁이나 개인과 개인 사이에 일어나는 싸움은 모두 서로 사랑하지 않아서라고 보았다.

묵자는 “하늘이 모든 백성을 구별 없이 평등하게 사랑하는 것처럼 우리도 다른 사람을 차별 없이 사랑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가까운 친자 관계부터 사랑을 실천하라는 유가의 사랑과 분명히 차별화된다. 묵자에게 사랑은 구체적으로 그 사람을 물질적으로 이롭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묵자는 교상리(交相利: 상호 물질적 이익 증대)를 제안했다. 이는 전국 시대에 숱한 전쟁으로 민중이 고통받고 있을 때처럼 코로나19로 긴 전쟁을 방불할 만큼 경제적,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는 현재의 우리에게도 절실히 필요하다.

그렇다면 필자는 왜 지금 묵자의 진보 사상을 재소환하는 것인가? 그것은 ‘다른 사람을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겸애사상, 어떤 방식으로든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평화주의, 절약을 강조하는 정신이 오늘을 사는 우리와 후손들에게 절실히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래세대를 제대로 교육해야 하는 사명 의식을 되살려야 한다. 올바른 교육에 대한 성찰과 ‘교육이 희망이다’는 국민의 열망을 담아 교육 현장에서 적합한 교육을 실행하여야 한다. 그러려면 교사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듯이 먼저 경쟁보다 협력을 가르치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정신, 배려와 나눔의 사랑의 정신이 내면으로부터 치솟는 뜨거운 열기가 필요하다.

현재 이 땅의 교사는 끝없는 외로움으로부터의 해방이 절실하다. 학교 밖으로부터의 교사 품위 유지에 대한 혹독한 비난과 철밥통에 따른 질시와 냉정한 평가에 직면하는 교사들은 오늘도 전혀 티가 나지 않는 사랑의 교육 실천을 묵묵히 실행하고 있는 새 역사 창조의 주인공이다. 때로는 교사들도 사랑의 대상이 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이를 허(許)하지 않는다. 대신 그저 말없이 사랑을 베푸는 주체가 되어 2세 교육에 용기와 열정으로 채워 앞으로 나아간다. 이제 교사는 온갖 유혹이 손짓하는 세속적 욕망의 대상이기를 멈추고 봉사와 헌신이 필요한 욕망의 주체임을 선택해야 한다. 세상이 아무리 힘들게 해도 자학과 자기학대는 절대 금물이다. 비록 끝없는 결핍과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시달릴지라도 이 땅의 교사들은 사랑의 대상이기를 욕망하기보다 당당히 사랑의 주체가 되어 소리 없이 ‘심은 대로 거두는’ 사랑의 혁명가로서 굳건하게 자세를 견지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왜냐면 우리에게 교육은 국가백년대계이고 절대적인 희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