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회원가입 | 뉴스스크랩 | 나의덧글
최종수정 22.08.19 11:52
   
교육현장학교탐방대학가
뉴스 홈 교육현장 학교탐방 기사목록
 
“오늘도 우리는 다문화를 배웁니다”
기사입력 2010-05-14 오후 11:05:00 | 최종수정 2022-02-21 오후 11:05:32   
경기도 가평군 유명산 자락 한 가운데 위치한 학교엔 담장이 없다. 논과 밭 사이로 부락이 꾸려진 시골마을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학교는 둘레를 치지 않고 마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경계가 없어서 운동장에도 시골 내음이 한 가득 풍겨왔다. 교실에선 학생들은 밝고 고운 얼굴을 하고서 소통하는 법을 익히고 있었다. 북적이는 학생들 사이에서 곱슬머리, 파란 눈동자, 희고 검은 피부가 간간히 스치는 풍경이 익숙한 듯 아이들은 자연스러웠다. 전교생 360명 중 171명이 다문화가정 자녀인 소규모 학교이자 전국을 통틀어 가장 많은 다문화가 집결한 시골학교. 작지만 원대한 뜻을 품은 다문화 연구학교. 또 하나의 세계무대가 펼쳐지고 있는 미원초등학교(교장 장기현)를 방문했다.




지난 12일 수요일 오전 4교시. 본관 건물 3층에 위치한 도서실에서 누리반 담당교사 수토 이사씨가 신전(여, 5학년)과 함께 한국어 낱말을 공부하고 있었다. 지난해 9월 미국에서 한국으로 온 신전은 받침이 들어간 낱말을 배우느라 분주했다. 또래 친구보다 키가 크고 몸매가 호리한데다 눈망울이 커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아버지는 폴란드 출신의 미국인이고 어머니는 필리핀이다. 신전은 2개의 문화가 만나 결합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한국 오기 전까지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영어가 능숙하다. 처음 영어만 가능했지만 한국어 배운지 1년도 안 돼 기본적인 회화가 가능하다.

“한글공부가 제일 어려워요. 특히 사회요. 전통이 헷갈려요. 음... 친구들요. 잘 해줘요. 지금은 친해요. 많이”

띄엄띄엄 조심스럽게 내뱉지만 정확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신전은 친구들과 제법 말이 통하자 한국어 공부에 재미를 붙였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또 한글공부를 한다. 동생이 3명이나 있지만 놀아줄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현재 신전의 한국어 학습은 수토 이사씨의 도움으로 기초단계를 떼고 한글 기본기에 돌입했다. 수토 이사씨는 연신 신전을 칭찬했다.

“한국에 온지 1년도 안됐어요. 근데 잘하죠?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의 한국어가 빨리 늘어서 뿌듯해요.”

20년 전 한국으로 유학을 와 한국인과 결혼해 경기도에 안착한 수토 이사씨는 원래 일본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 인재다. 어학이 마냥 좋아 한국에 왔다는 그녀는 현재 3개 국어가 가능하다. 유학시절 혹독하게 경험한 외국생활이 지금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미원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딸에게도 자신의 유학 경험담을 들려주며 적응에 힘을 보탠다고.

“한국어가 재밌어서 유학을 왔지만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이 학생들의 마음을 알아요. 또 내 딸이 4학년이니까 그 또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고요. 지금과 달리 그때는 다문화가정 개념도 없었고, 외국인도 많이 없었어요. 제가 다문화 1세대예요.”




미원초등학교가 있는 가평군에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급격하게 들어선 것은 지난 2006년부터다. 인근에 통일교 궁전이 들어서고 청심재단이 자리를 잡으면서 미원초등학교로 다문화가정의 자녀 입학이 부쩍 늘었다. 현재 청심재단 교육기관에는 초등학교만 개설되어 있지 않다. 수토 이사씨는 그때 결심했다고 했다. 다문화가정이 들어서면서 시골마을 일대가 수군거리는 나날이 이어져 여기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수토 이사. 할아버지가 손수 지어주신 이름에는 ‘남을 돕는다’라는 뜻이 담겨있었다.

결심한지 얼마 안돼서 미원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몇의 한국인 학부모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한국말을 모르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 사토 이사씨는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그들은 1년 동안 학생들에게 한글을 전했다. 그러나 어려움을 빨리 왔다. 이중 언어가 수월하지 않은 탓에 좋은 취지로 시작한 봉사가 흐지부지 될 위기에 놓였다.

“처음에는 봉사로 시작했어요. 한국 어머니들과 같이 학생들을 가르친 거예요. 그런데 그분들은 영어나 일본어가 수월하지 않잖아요. 설명만 해줘서 되는 게 아닌데... 가끔은 학생이 우울해 하거나 힘이 없으면 왜 그런지 물어보고 격려도 해줘야 하는데 그게 안됐던 거죠.”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수토 이사씨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평소 일어와 영어, 한국어가 가능한 그녀를 눈여겨봤던 한경석 교사가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위한 누리반을 맡아줄 것을 부탁했다. 그녀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마침 교과부에서 미원초등학교를 다문화 연구학교로 지정하면서 예산이 지원됐다. 본격적으로 다문화가정 수용 계획안을 짜고 연구에 들어갔다. 가장 시급한 것은 역시 교재 개발이었다. 장기현 교장은 중요한 사업을 앞두고 교직원을 다독이는 몫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경석 교사를 중심으로 이중 언어 교재개발 작업에 착수한 교사들은 학교를 밤 늦게 까지 불 켜진 곳으로 만들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교재와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누리반 말고도 민속의 날, 외국인과 함께 하는 문화체험, 미원가족외국어경연대회, CCAP활동, 영어, 일본어교실, 학부모 한글교실 등으로 확대됐다.

더불어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위한 배려는 학교생활에까지 확대됐다. 연구학교로 지정되면서 계단 벽면에 자긍식과 세계관을 심어주는 문구를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제작해 계단을 올라가고 내려가는 학생들을 발걸음을 지원했다. 세계관 형성을 위한 지도와 너와 나를 구분하지 않는 공동체성을 기르기 위한 조치도 이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학교 분위기는 새롭게 단장됐다. 소수에 불과하던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점차 늘어 전교생의 반 이상을 차지했고, 교사들은 이들의 특성을 고려한 수업연구에 매진했다. 특히 일본인이 많은 점을 감안해 자칫 예민할 수 있는 교과수업 부분을 지혜롭게 이끌어가는 노하우도 개발했다. 오랫동안 다문화가정 견인차 역할을 해온 덕분에 전교생을 꿰뚫고 있는 한경석 교사는 새로 부임한 교사들에게 교수법 전수와 학생의 가정사를 공유한다.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문화가 갑자기 온 거잖아요. 그런데 다행히 인지를 빨리 할 수 있었어요. 교사들이 하나 되기 쉽지 않은데 우리가 먼저 열린 마음으로 다문화를 배우겠다고 나서니까 학교도 모습을 갖춰가더라고요.”

다문화 연구학교를 통해 골몰했던 지난 4년. 이제는 내국인 학생들과 다문화 학생들이 섞여서 어울리는 단계에 이르렀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변화의 증거다. 머리가 노랗고 눈동자가 파랗지만 나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학교의 현재 모습이다. 한경석 교사는 말한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겠지만 오늘 내일 끊임없이 다문화를 배운다는 게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묻어야겠죠. 초등학교는 됐지만 아직 중고등학교 준비가 안됐으니 더 분발해야 할 겁니다.”
김건희 기자
 
 
 
 
네티즌 의견
전체 0   아이디 작성일
 
 
“씨앗이 온 세상 누리는 배움터 만듭니다”
꽃피는 교실서 쎄쎄쎄 … 강원도를 닮은 아이들
학교탐방 기사목록 보기
 
 추경예산 중 91% 적립...통과여..
 고위직 대상 성폭력예방교육
 '초등 전일제학교' 25년 전면시..
 전일제학교 '아동학대' 논란
 서울형혁신학교 지정계획 발표
<교육칼럼> 참을 수 없는 가벼..
<전국은 지금> 진주남부어린이도..
<기자수첩> 교육부는 감독기관이..
'초등 전일제학교' 25년 전면시..
전일제학교 '아동학대' 논란
 
회사소개 광고/제휴 이용약관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수집거부 공지사항 구독신청 기사제보 독자투고 관련교육기관
 

[주간교육신문사] 04034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7길16(서교동) 교평B/D 5층 Tel : (02)3142-3212~4 / Fax : (02)3142-6360  제호: 주간교육신문 등록번호:서울 아02648  등록일:2013년5월16일  간별: 주간     발행인 겸 편집인:이창호    청소년보호책임자:공춘식
총무국, 편집국(신문, 평론) 02-3142-3212 ~4

Copyright(c)2022 주간교육신문사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