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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돌봄교실 소문 듣고 다문화가정 아이들 찾아와
무학년제 영어교실 실력 쑥쑥…연극명문 역량 과시

옹정초등학교 이경란 교감

경기도 김포시 서북부에 위치한 한 마을. 논과 밭 사이로 뻗은 샛길을 지나니 담이 낮고 마당이 훤히 보이는 농가 몇 채가 나온다. 산맥을 등지고 터를 잡은 옹정초등학교(교장 최명숙)는 전형적인 시골학교다. 담장이 높은 도시학교와 달리 마을 입구에서부터 학교 운동장과 테니스장이 보인다. 운동장 건너편 화단에는 기린 모형이 등교하는 아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아이들과 지역주민들이 언제든 학교에 올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옹정초의 배려다.

교실로 들어서니 1학년 씨앗반 아이들이 색종이를 접느라 분주하다. 멀티미디어 모니터를 보면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세모를 접고 마름모꼴 모양을 만든다. 이순표 교사 입에서는 연신 칭찬이 흐른다. “예쁘게 잘 접었네” “모양이 반듯하구나”

눈빛을 반짝이며 수업을 듣는 아이들은 인사할 때 빛을 발한다. 낯선 이를 만나도 당황하지 않고 수줍은 미소를 건넨다. 이름을 물어보니 “바야르마”라 답한다. 점심 먹었냐는 물음에 “도시락은 늘 맛있어요” 제법 의젓한 대답이 돌아온다. 6학년 바야르마는 몽골에서 왔다. 바야르마가 한국말을 하는 순간은 급하지 않다. 서두르는 기색도 없다. 바야르마의 차분한 한국어 실력은 돌봄교실 덕분이다. 수업이 끝나고 학교 2층에 마련된 저녁돌봄교실에 가면 선생님이 숙제를 도와주고 한국말을 알려준다.

옹정초에는 바야르마와 같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11명이나 있다. 전교생이 48명인 시골학교 치고는 많은 숫자. 김포 인근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도시학교보다 시골학교에서 배우기를 희망해 아이들이 옹정초에 모였고, 학교는 이들을 위한 다문화교육을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학교가 보육에 힘을 쓰게 된 데에는 지역요건을 살펴야 한다고 본 학교장과 교사들의 판단이 작용했다. 전형적인 농촌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주변에 인가가 드물고, 도시에서 유입된 저소득층 가정이 많아 오후 늦게까지 홀로 지내는 아이들의 학구와 문화를 충족해줄 손길이 필요했다.

마침 경기도교육청과 교과부가 저녁돌봄교실을 역점사업으로 내걸면서 지원을 받아 올해부터는 2학급 41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방과후부터 저녁 9시까지 저녁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교내 전용교실을 확보하고, 각각 2명의 돌봄관리교사와 돌봄강사 그리고 4명의 전문강사를 두고 학기와 방학 중 운영하니 소문을 듣고 김포 시내에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학교로 찾아왔다.

이상훈 교무부장은 “단순 돌봄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학습과제물을 지도하고 컴퓨터, 독서와 논술, 창의수학, 바둑, 댄스, 음악 등 사교육보다 내실 있는 다양한 활동을 무료로 마련해 맞벌이 가정과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에게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경기도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문화를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는 다문화체험학습장에서 각국의 생활용품과 음식, 전통의상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다문화를 몸소 체험하는 덕분에 아이들은 나와 너를 구분하지 않고 ‘우리’라는 공동체를 만들 줄 안다. 다문화이해교육의 결실이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옹정초의 결실을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저녁돌봄교실을 운영하면서 집과 학교가 멀어 등하교 불편함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교사와 학부모들이 스쿨버스 운행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이끌어냈다. 시청으로부터 5천만 원을 지원받아 지난해부터 운영된 스쿨버스는 시골길을 누비며 아이들의 오전 등교와 오후 4시 30분 하교를 책임진다.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옹정초는 초등 교육과정에서 중요한 기본교육을 다지는 데 앞장선다. ‘학습부진아 Zero’ 추진으로 해당 학년에서 이수해야 할 기본기를 확실히 익힘과 동시에 원어민 교사와 함께하는 수준별 무학년제 방과후 영어교육을 진행해 수월성 교육을 진행한다.

초등시절 형성돼야 하는 독서습관도 교사들이 직접 챙긴다. 방과 후 사서와 담임교사가 일주일에 1시간씩 아이들을 지도하며 자기주도학습과 학업성취의 밑바탕을 마련한다.

오래 전부터 ‘연극 명문’이라 불린 옹정초는 ‘옹달샘 연극부’의 남다른 연기 실력을 자랑한다. 경기도교육청 특성화 교육프로그램으로 6년째 지정되면서 연극부와 더불어 특성화반을 꾸려 수요일과 금요일에 2시간씩 지역사회와 연계한 노영화 강사(김포시 예총 연극 지부장)가 지도한다.

옹달샘 연극부의 수상 경력은 화려하다. 지난해 김포시 꿈나무연극경연대회에서 대상 수상을 비롯해 경기어린이연극경연대회에서 금상과 우수연기상, 지도교사상을 석권하는 등 실력파의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최명숙 교장은 “학교기본운영비 지원만으로 연극부 예술교육을 비롯한 활동이 빠듯한 실정이지만 아이들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좋은 연극을 관람하는 등 지도하고 있다”며 “올 한해도 옹정초의 종합 예술 꽃을 피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