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실 대한결핵협회 인천시지부 회장
전 인천시 교육위원회 의장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의 대학이 1학기 수업과 평가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가운데, 비대면 시험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인천 일부 대학을 비롯해 전국의 몇몇 대학에서 집단 부정행위인 소위 커닝(Cunning)이 있어 대학 사회에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커닝의 역사는 평가가 있으면서 함께하는 부도덕하고 정직하지 못한 사회의 한 단면으로, 혼란한 사회일수록 커닝을 막기 위한 여러 가지 처벌과 제재를 가져오지만 힘 있는 사람이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묵인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먹고 살기가 힘들 때 그 정도는 심하고 사회가 정의롭지 못할 때 더욱 기승을 부렸다.
더욱이 한국전쟁이 정전협정으로 전쟁의 두려움은 걷혔으나 당시 사회는 대단히 혼란해 관에 의한 부정부패는 극에 달해 관을 상대로 하는 민원 업무 처리에서 소위 ‘사바사바’나 ‘급행료’ 없이 되는 것이 없는 썩은 사회이기에 학교 현장에도 치맛바람이 극심했고, 일부 명문학교에는 소위 말하는 뒷문 입학인 부정입학이 많았으며, 더욱이 학교마다 시험을 볼 때 시험 감독관의 매서운 눈초리를 벗어나는 다양한 커닝이 출세를 위한 한 방편으로 모든 학교에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인천의 제물포고등학교는 당시 썩은 사회를 바로잡고 깨끗하게 만들겠다는 사회의 방부제 역할을 목표로 무감독 시험을 실시했다. 지금 재학생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학교 배지는 소금 결정체를 쌓아 만든 형태로 정삼각형 모양인 소금결정체 덩어리이다. 고등학교 입학 후부터 첫 중간고사를 치르기까지 결정된 무감독 시험을 치르기 위한 여러 형태의 교육과 학생 자신들이 무감독 고사를 치루기 위한 마음 다짐으로 학급별로 양심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꽤나 가슴앓이를 하기도 했다.
물론 학생들 스스로 커닝 학생에 대한 제재나 고발 등도 있었고, 벌로 커닝 학생의 해당과목 성적처리 등이 있었으며, 학년 진급 시 유급생에 대한 교장선생님의 특별 사랑으로 당시로서는 힘든 격려와 함께 사진까지 찍는 행사(?)도 가졌다. 넓은 강당에 전 학년이 모여 시험 당일에 있었던 부끄러운 모습이나 뿌듯한 내용을 담아 쓴 무감독 시험 반성문을 쓰고, 우리의 또 다른 다짐을 갖기도 했다.
물론 매시간 본인이 답안지를 쓴 후 시험 시간과 관계없이 조용히 교실을 퇴실하기 때문에 시간을 채워 시험지 답안지를 쓰는 학생이 부정행위를 할 수도 없었다.
올곧고 바른 결론을 내려놓고 그에 따라 학생 스스로 당당한 절차로 양심적인 결과에 답하는 만족이 어쩌면 성장하는 학생들에게 바람직한 교육 방향으로 스스로 가도록 했을 것이다. 무감독 고사에 이제까지 살면서 한 점 부끄럼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는 나를 만들어준 모교에 감사를 드리며, 2001년 교육감 선거에서 모 후보자가 유력한 초등출신 후보자에게는 여자 문제를, 필자에게는 인사 청탁 뇌물수수 괴문서를 선거 유권자에게 투표 직전 우편물로 발송해 선거 활동에 어려움을 줘, 당시에 나 자신은 분하기도 했지만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이 무감독 고사를 치른 양심 교육 때문이라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다.
학교는 학식과 양심을 떠받치는 기둥이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오늘 우리 사회에는 ‘엄마 찬스’나 ‘아빠 찬스’로 지름길로 빨리 가려는 부끄러운 어른들이 많지만, 교육 현장에서만은 정말 양심에 따라 바른길로 가도록 하는 학교 교육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살면서 양심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값지고, 자랑스러운지를 가르쳐 줘야 한다.
국가와 사회에 커다란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학교가 학식과 양심에서 바로서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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