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자율형 사립고 폐지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한 첫 결단으로 2001년 자립형 사립고로 지정돼 2011년 자율형 사립고 전환 운영되어 온 전주 상산고등학교가 재지정에서 탈락했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반대 쪽은 전북교육청만 평가기준 점수를 타 시도교육청에 비해 10점 높인 80점이었으며,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을 학교 자율로 한다고 공고했음에도 관련 지표를 정량평가해 감점하는 등 부당한 평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산고 측도 지난 20일 평가 결과가 공개된 이후, 전북교육청의 독단적이고 부당한 평가라며 행정소송 및 가처분신청 등 법적구제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찬성 측은 고교서열화체제 강화, 입시교육 기관화,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 고교입시를 위한 사교육 팽창 등의 문제로 공교육 파행을 초래해, 이와 같은 ‘특권학교’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 측의 입장은 틀린 것이 없지만, 학생의 학습권 입장에서 보면 수준에 맞는 교육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공립학교에서도 심화학습을 원하는 학생을 위해 ‘영재학급’을 운영하는 등 수준에 맞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자사고를 없앤다면 자신의 학습 수준에 맞는 교육을 원하는 학생들은 기존에 알려진 유명한 학군으로 쏠려 고교서열화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자연스레 사교육 시장은 다시 과열돼 또 다른 ‘SKY 캐슬’을 만들지 모른다. 자사고 폐지는 과열된 사교육 시장을 축소시켜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도 있기 때문이다.
자사고가 본래의 교육 목적과 다르게 운영되는 문제는 있다. 그러나 공교육에서 하기 어려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분명하다. 자사고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기 보다는 ‘교육의 자율성’을 중점에 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자율형 공립고를 취재해 본 기억을 되짚어보면 교육과정도 자사고 못지않게 다양했고, 학생들의 자기주도성도 높아보였다. 또한 일반고로 운영될 때보다 입시 성적도 좋아졌으며, 주변 지역사회의 인식 또한 개선된 모습도 보였다. 이 결과를 단순히 놓고보면 자율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자사고 폐지보다 공교육 강화 효과가 좋을 것 같다.
상산고에 이어 경기 안산 동산고, 부산해운대고가 재지정에서 탈락했지만, 울산 현대 청운고, 경북 포항제철고와 김천고는 재지정 됐다. 아직 18개 자사고가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있어 자사고의 존폐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단점을 부각시키기보다 장점을 살리는 교육 정책 추진이 되길 바라며 자사고 평가 결과를 지켜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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