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불행한 이유 중 한 가지는 불확실한 미래 때문이다. 예상하지 못한 일을 전혀 무방비 상태에서 맞이하면 그 사건, 사고의 후유증은 클 수밖에 없다. 예컨대 기상재해나 일상의 삶 속에서 우발적인 사건, 사고들이 단적인 예다. 2020년 인류에겐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인 팬데믹(pandemic) 현상으로 격리, 봉쇄, 이동금지,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같이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특히나 한 지역이나 국가를 넘어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에 지구촌의 인류는 더 큰 경각심을 가지고 공동대처의 폭을 넓히는 것은 물론 공중위생에 대한 유비무환의 자세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현재의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인류에게 가져올 대변혁과 그로 인해 생길 많은 긍정, 부정의 파장 또한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일자리를 폭발적으로 없앨 것으로 예측된다. 2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지만 710만개의 일자리를 인공지능 기계에 의해서 잃게 된다는 경고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현재 월 스트리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좋은 학력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인공지능이 공부의 시대만큼은 이미 끝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처럼 일자리만 보아도 인공지능은 2012년 슈퍼비전(Super Vision)이 딥러닝 기술을 선보이면서 이미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었음을 증명했다. 이로써 서양은 이미 2012년에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을 완성했다. 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은 바로 2012년에 출현한 딥러닝 기술의 의미를 깨닫고 경악을 했다. 그리고 국가 시스템, 특히 교육을 인공지능 시대에 맞게 바꾸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4년 뒤인 2016년에 비로소 바둑대전에 알파고를 맞이하면서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알파고는 우리로 하여금 인공지능에 눈을 뜨게 한, 이제 인공지능 시대가 열렸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었으며 앞으로 인공지능이 새로운 인류 문명이 될 거라는 사실을 소름 끼치도록 가르쳐준 것이다.
이웃 나라 일본은 2012년에 150년 역사를 가진 기존 교육을 폐기하고 서양의 바칼로레아를 받아들이는 인공지능 교육혁명을 단행했다. 일본이 어떤 나라인가? 그들은 무려 2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답게 이미 1982년에 ‘제5세대 컴퓨터 프로젝트’라 불리는 인공지능 개발 프로젝트를 국가 주도로 실행했다. 이는 인공지능과 인류의 격차가 인간과 동물의 격차 이상으로 벌어질 것을 예상한 것이며 특히 지식, 정보, 기술 분야에서 인류를 압도할 것이라 믿는 국가 차원의 선진국다운 발 빠른 동작이었다. 최근에야 부산을 떠는 우리와는 근본적인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에서는 6만 5천명에 달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교육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수학, 생물학, 경제학 등의 과목을 인공지능에게 배우도록 한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고등학교 때 수학을 포기했던 학생들의 수학 실력이 평균 28%나 향상됐다. 생물학 시험 탈락률은 20%에서 1.5%로 무려 18.5%나 줄었고 C학점 미만의 비율도 28%에서 6%로 22%나 줄었다. 경제학도 C학점 미만 비율이 38%에서 11%로 27%나 줄었다. 1982년부터 자폐 아동 치료를 연구해온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교 패멀라 롤린스 교수팀은 인공지능 기업 로보카인드와 자폐 아동을 위한 인공지능교사 마일로(Milo)를 개발했다. 그 결과로 마일로는 전통적인 교육법의 치료 효과 3%보다 무려 23배나 높은 70%의 치료 효과를 보여주었다. 국내에서도 동국대학교 연구팀에 의하면 인공지능 교사에 대한 초중고생들의 신뢰도가 71.1%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 교사가 내주는 숙제도 69.6%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인공지능 교사가 지시하는 교우관계도 따를 수 있다고 응답한 학생들의 비율은 60.2%였다. 이는 국내 베스트셀러 작가인 이지성의 <에이트>란 책에서 심층 탐색의 결과로 밝히고 있다.
사람들은 다른 전문직과 달리 교사는 아이들과 정서적으로 소통하고 공감해야 하는 직업이기에 인공지능에게 대체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대학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학생들은 인공지능 교사를 인간 교사보다 더 편안하게 여기고 더 좋아하고 더 신뢰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 이유는 편애하지 않고 차별하지 않으며 화를 내지도 않고 언제나 온화하고 언제나 친절하고 언제나 다정하고 언제나 자상하고 언제나 섬세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교사는 그렇게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상태에서 교육한다. 따라서 아이들의 학력이 오르고, 교우 관계가 눈에 띄게 좋아지며 따돌림 문제가 효과적으로 해결되며, 자폐증이 빠르게 치료되는 이유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또 인공지능 교사가 가진 지식의 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교수법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교사들의 교수법을 토대로 수업을 할 수 있다. 상담하거나 인성, 도덕성, 창의성 등의 교육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한 마디로 인공지능 교사는 학생들이 기대하는 가장 이상적인 교사이자 가장 완벽한 교사의 길을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공지능 교사가 학교에 배치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전문가에 의하면 미래의 인간 교사는 80~90%가 학교를 떠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의사, 약사, 판검사, 변호사와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남은 교사 10~20%는 두 그룹으로 나뉠 것이다. 즉, 인공지능에게 지시를 내리는 교사와 인공지능에게 지시를 받는 교사로 말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학생들이 가장 좋은 직업으로 손꼽았던 의사, 판사, 검사, 약사, 변호사, 교사 등은 인공지능에게 자리를 내주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물론 그 밖의 분야에서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 인간 교사는 인공지능 교사보다 열등한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인가? 결코 아니다. 희망은 있다. 인간은 인공지능 교사보다 공감 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이 뛰어나다. 이것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주체인 교사가 인공지능 교사보다 우월하려면 기계가 가질 수 없는 이 두 가지 능력을 개발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이 먼저다’는 구호처럼 인간은 가장 소중한 목적으로만 대우하고 결코 수단으로 차별받고 이용당하지 않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인간 교사는 부단한 성찰과 수행을 거듭하는 인고(忍苦)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2020년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온라인 개학과 원격수업으로 그 기초적 가능성을 경험했다. 단순한 기계는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 우리는 인간 교사의 특성을 충분히 살려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냉정한 기계는 할 수 없는 다른 인간과 함께 살아가며 배려와 나눔, 공감이란 따뜻한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신이 내린 축복이 아니던가? 따라서 인간 교사는 진정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주인공이며 교육의 주체임을 자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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