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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광장> 고래 반응
기사입력 2020-10-23 오후 2:01:00 | 최종수정 2020-10-23 오후 2:01:16   

차갑부 명지전문대학 명예교수

시인·교육학박사


대학이 벌써 중간고사 기간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고, 시험이 인생의 전부도 아니다. 시험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시험이 없는 사회를 상상하기도 어렵다. 학교는 물론 채용이나 자격 취득과 관련해서는 시험이 필수다. 시험은 필요악이다. 시험은 사람들을 일렬로 줄 세우기 위한 자료가 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노력의 동력을 촉진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필자는 시험을 치르고 나서 곧바로 채점하여 다음 시간에 학생들에게 중·고등학교 시절 받아봤을 소위 꼬리표를 나눠줬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성적의 오류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고,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을 예측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과목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이어졌다. 잘한 학생은 더욱더 노력했고, 다소 부진한 학생은 권토중래(捲土重來)의 기회로 삼았다.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필자의 연구실을 방문하여 틀린 문제를 확인하고 오류가 있으면 수정하기도 했다. 중간고사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으나 기말고사 성적이 크게 향상된 복학한 남학생이 있었다. 휴식시간에 그가 연구실로 찾아와서 자리에 앉아 있는 필자의 얼굴에 권투 선수가 상대 선수의 얼굴을 호시탐탐 노리는 것과 같은 포즈를 취하면서 교수님! 해냈어요. 교수님! 해냈어요.”란 말을 연발하는 것이었다. 얼마나 기뻤으면 교수의 얼굴을 향해 그런 행동을 할까? 그것은 분명 기쁨의 신호였다. 나 역시 기뻤다. 평소 내성적이던 학생이었는데, 그리도 좋아하는 걸 보니 공부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날 이후 그 학생은 수업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역사적인 사건은 필자가 정년을 앞둔 마지막 학기에 일어났다. 그간 필자의 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이 없었으므로, “이번 학기가 나로서는 마지막 학기이니 분발해서 새 역사를 창조하라.”는 일종의 학생교육헌장(?)’을 발표하고 하고 나서 친 기말시험에서다. 프랑스의 역사학자인 마리옹 고드프루(Marion Godfroy)와 자바에 덱토(Xavier Dectot)역사는 식탁에서 이루어진다고 했지만, 필자의 역사는 교실에서 이루어졌다. 한 여학생이 만점을 받은 것이다.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은 시험이었는데, 그 학생이야말로 정말 해냈던것이다. 그 학생에게는 본 교수가 담당한 과목에서 만점을 받은 최초의 학생이라는 취지로 쓴 상장을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전달했다. 그 학생의 표정은 매우 밝았고 자신감이 충만했다. 공신력도 없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종이 한 장에 불과했는데 그것을 받은 학생의 기쁨은 의외로 컸다. 필자 역시 기뻤다. 이제나저제나 기다렸던 순간이었고, 잘못하면 영원히 미완으로 남았을 것 같았는데 한 학생으로 인하여 홀가분한 마음을 갖고 교직생활을 마감할 수 있었다. 다음 날 학교에 출근하니 그 학생이 필자보다 먼저 와서 연구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자기 어머니께 그 사실을 알렸더니 칭찬과 함께 용돈까지 덤으로 받았고, 상장은 액자에 넣어 자기 방에 걸어 놓았다고 했다. 교수의 작은 관심이 학생들에게는 큰 기쁨이라는 것을 교직생활이 끝날 즈음에야 알았다.

 

미국의 유명한 컨설턴트이자 작가인 켄 블렌차드(Ken Blanchard) 등의 저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 원래의 제목은 Whale Done!: The Power of Positive Relationship’, 고래가 해냈다! 긍정적 관계의 힘이다. 저자는 바다의 왕자이자 포식자이고 무게가 3t이 넘는 범고래가 멋진 쇼를 하는 이야기를 통하여 고래가 춤추도록 하기 위해서는 조련사의 조련 태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조련사는 소위 고래 반응을 이용하여 범고래를 훈련한다는 것이다. 고래 반응이란 잘하는 행동을 했을 때 칭찬해 주는 것이다. 고래에게 칭찬이란 먹이인데, 잘할 때마다 먹이를 주면 본능적으로 먹이를 받아먹으려고 조련사가 요구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 반대는 잘못한 행동을 집어내어 꾸짖는 뒤통수치기 반응이다. 조련사는 고래가 잘못한 행동을 했을 때는 반응하지 않는다. 뒤통수를 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 교육자는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점에서 범고래를 길들이는 조련사와 같다. 학생이 잘할 때는 침묵하다가 잘못이 발견되면 바로 이때라는 듯이 뒤통수를 쳐서는 안 된다. 학생의 장점에는 눈을 감으면서 잘못에 대해서는 즉시 손 보는것은 바른 교육이 아니다. 그렇게 하면 학생은 추던 춤도 멈춘다. 잘한 행동을 찾아서 칭찬과 격려를 하고 관심을 가진다면 학생들은 평소보다 더 멋진 힙합을 출 것이다.

안민진 기자 dksals68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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