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또는 상담교사 미배치 학교의 경우 ‘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관심군으로 선별된 30~50%의 학생 관련 업무를 담당교사가 맡고 있어 업무가 과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보건교사 배치율은 95.7%에 달하는 반면 산간벽지가 많은 강원이나 전남의 경우 보건교사 배치율이 50%에도 못 미치는 등 전국적으로 보건교사 배치율은 65%에 불과하다. 전국 10개교 중 3개교 이상에 보건교사가 미배치되어 있는 것.
현행법은 학생들의 질병치료와 예방, 자살, 왕따 등 정신건강증진 관련 교육·업무를 담당하는 보건교사를 학교 규모에 따라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2011년 기준 초등학교의 68.4%, 중학교의 49.4%, 고등학교의 62.9%에 보건교사가 배치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일 보건교사회와 대한간호협회가 주관한 「건강하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토론회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신의진 국회의원은 “우울증 등 정신병리를 조기발견하여 전문적 진단과 치료를 하는 보건교사의 역할은, 학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상담교사의 역할과 구분되어야 한다”며 “전문상담교사 자격증을 가진 보건교사들을 학생 정신건강 교육·관리에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정서문제를 다루는 일과 상담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임에도, 직접적인 건강관리 업무인 보건실 환자 관리업무, 성교육, 약물오남용 예방교육, 질병(감염병) 관리 업무 외에 간접적인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도 많아 어려움이 따르는 실정이다.
이 날 토론에 참여한 부천고 보건교사는 “보건실을 찾아오는 학생들을 하루 80명 정도 만나지만 정작 관심군 아이들을 돌볼 수가 없어 안타깝다. 보건실에 찾아와 신체적 증상을 호소하는 아이들 중에는 약 처방보다 전문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많다”며 보건교사가 학생 정신건강관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인턴보건교사 등 보조 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또한 전인교육으로서의 보건교육의 중요성이 사회적으로 강조되고 있음에도, 보건교육 수업시수 확보가 어렵다는 문제점도 제기되었다.
월서중 김미향 보건교사는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수업시수 확보가 어려워 차선책으로 전교생 대상 방송교육을 해보았으나, 내실있는 수업이 되기 어려울뿐더러 학생들이 잘못 이해하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였다”며 “건강관리의 핵심지식과 실천행동을 가르쳐야 하는 보건교육이 대부분 불규칙적이고 부실한 교육으로 운영되고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한성여중 이귀영 교감은 “그간 학교보건은 교과부와 보건복지부 양 부서와 관련되어 왔지만 그 어느 부서에서도 제대로 책임있는 부서를 두지도, 정책을 수립하지도 않았다”며 학교보건관련 전담부서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한편, 국회의원 한선교 외 9명의 국회의원은 「학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9일 발의하였다. 이 법률안에는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학교에 보건교사를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하는 내용과 함께, 보건교육의 범위에 성폭력예방교육을 추가하고, 보건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함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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