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연구에 의하면, 긍정적 감정보다 부정적 감정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 경향이라고 한다. 세상(또는 타인)에 대한 긍정적 정보보다는 부정적인 정보가 자신을 보호하기에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외부의 위협을 미리 경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특질 부정성 편파(trait negativity bias)'라고 부른다.
따라서 이렇게 보면 부정적인 감정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것은 생존의 관점에서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 독일의 생철학자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도 "사람은 큰 행복보다는 작은 고통에 더 민감한 동물"이라고 말했다. 사람은 큰 행복은 행복으로 잘 느끼지 못하지만, 작은 고통은 크게 고통스러워하므로 긍정적 감정을 갖도록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을 현대 학문적으로 정립한 것이 긍정심리학이다. 긍정심리학은 미국의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이 새롭게 조망한 학문이다. 셀리그만은 부정적 감정보다는 긍정적 강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과연 즐거움, 기쁨, 만족 같은 긍정적 정서에 충만하다면 더 건강하고 오래 살까?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그 유명한 장수-수녀 연구이다. 수녀 연구는 미국 켄터키 대학교의 대너·스노돈(D. Danner, D. Snowdon) 연구팀에 의해 수행된 연구이다. 연구팀은 왜 수녀를 택한 것일까? 신체 건강에 미치는 여러 요인을 통제하거나 최소화하는 데 있어서 금욕적인 생활을 하는 수녀 집단이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초기 수녀들을 선정해서 이들의 긍정적 감정 상태를 파악한 후 세월이 지난 후에 이것이 본인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연구하기 위한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초기 제출한 자기소개 글에서 긍정적 정서가 나타난 문장의 수가 1% 증가할 때마다 사망 확률은 1.4%씩 감소했다. 가장 긍정적이었던 수녀는 가장 그렇지 못한 수녀보다 12년을 더 생존했다. 심리학 연구에 의하면 유복한 동네에 사는 청년들이 더 많은 우울증을 나타냈다고 한다. 내적인 공허함이나 충족되지 못한 삶에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장수-수녀 연구에서 보듯이 반드시 부유함이 우리에게 충족감을 주고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교직 생활이 어렵고 힘들지라도 항상 긍정적인 감정을 강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셀리그만에 의하면 그것이 자신의 강점을 강화시켜준다고 한다.
김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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