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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재학(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최근 초등학교 1~2학년의 ‘즐거운 생활’에서 체육을 분리하려는 것에 대한 논쟁이 활발하다. 교육 선진국들은 이미 학교 체육 수업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여 체육 수업 강화에 나선지 오래다. 이는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오랜 명제에의 교육적 실천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학교 체육의 강화는 또래들 사이에 발생하는 학교폭력을 완화할 뿐만 아니라 체력 관리 및 자존감을 갖게 해주며 인성과 사회성 발달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각종 연구 결과가 뒷받침하고 있다. 그뿐이랴. 학생들의 건강은 곧 학력증진으로 이어져 일석다조의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10월 초등학교 1·2학년의 학교 체육 수업 시간을 두 배 가까이 늘리는 내용의 '제2차 학생건강증진 기본계획(2024~2028년)'을 발표했다. 이는 초등학교 입학 전의 아동들의 놀이 중심의 문화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급격한 변화에 따른 완충작용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운동장에서의 활동을 통해 아동들은 자신에게 적합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일찍부터 스스로 깨닫는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오랜 기간 행복지수 1~2위의 덴마크에서 ‘행복교과’ 수업의 핵심으로 운동장에서의 체육활동이 차지하는 것에서도 충분히 증명이 된다.

필자가 중학교 교장을 역임하던 1년 전, 소속 남학교는 학년별 9개 학급, 총 27개 학급으로 구성된 과대학교였다. 학급당 인원수도 33명 내외였다. 일반적으로 28명 이상을 통칭 과밀학급이라 부르는데 이는 초과밀학급이라 지칭할 상태였다. 문제는 학생 급식소조차 없이 교실 배식을 실시하는 것이었다. 점심시간만 되면 먼지가 풀풀거리는 교실에서 점심을 먹는 학생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뿐이랴. 학급 담임 교사는 자신들의 점심을 먹기도 전에 담당 교실에서 점심 배식을 현장지도 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학교장은 이런 상태에서 학생 급식실을 신축하려고 계획을 했으나 모두가 현실적 한계에 부딪쳤다. 그것은 운동장 구석 공간을 차지해 신축할 경우, 그 주변 주민들의 반대 민원이 문제였고 그나마 적합 공간은 학생들이 맘껏 뛰어 노는 운동장을 침식해야 했다. 최소 가로(27미터), 세로(34미터)의 신축 건물이 운동장에 세워지는 것에 대해 학생들의 극렬한 반대(90% 이상)가 가장 큰 장애였다. 학부모들 역시 60% 내외가 반대를 표명했다. 이런 저항의 공통된 의견은 바로 학생들의 체력 단련과 놀이 공간에 대한 축소 반대였다. 학생 급식소의 필요에 공감하면서도 운동장을 축소한다는 사실에는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의 허언일 뿐이었다.

가장 중요한 열쇄를 쥔 학생들은 극단적으로 점심을 안 먹어도 좋으니 놀이하는 공간인 운동장은 어떠한 이유로도 축소하는 것을 반대했다. 따라서 교실 배식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학생 수를 줄여 빈 교실을 확보하고 이를 식당으로 개조하는 방법 이외에는 없었다. 왜냐면 학교의 주요, 부속 건물 모두가 구조상으로 더 이상 증축이 불가능한 특이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당국은 지역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매우 높아 신입생 지원자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를 강행할 경우 학부모들의 민원을 해결할 대체 방안이 없기 때문이었다.
운동장은 단지 공간 이상의 교육적 의미를 담고 있다. 체육 수업을 통해 건강과 사회성을 기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계절마다 바뀌는 운동장의 촉감을 느끼고 그 흙을 직접 맞닿는 경험이 정서적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부모에 따라서는 “자연 그대로의 땅을 밟고 자라야 건강합니다.”라는 의견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금 최근 서울교육청이 서울대에 의뢰해 정책연구를 한 결과에 주목한다. 학교체육활동이 학생들의 주의력과 사회정서역량 향상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초중고 운동장에서 맘껏 뛰어 노는 학생들과 그들이 외치는 환성과 아우성은 학교생활의 최대의 즐거움이자 행복이다. 이제 우리의 교육정책은 운동장이 없거나 축소하는 학교에는 경각심을 주고, 운동장에서는 아이들이 맘껏 뛰어 놀게 하여 결국 배움이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촉진시켜야 한다. 모름지기 운동장의 역할로 인해 제반 긍정적인 교육효과의 선순환이 동시에 구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