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사진: 전재학 교육칼럼니스트

근래 재직하던 학교의 학생들에게 “꿈이 무엇이지?”하고 물었다. 그런데 꿈 많은 청소년기라 믿었던 그들의 응답은 의외였다. 당당하게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를 말하기보다는 “꿈이 없어요”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꿈을 꾸기가 두려워요” “어차피 이루어지지 않을 건데 꿈을 꾸어 무엇해요?”라는 의외의 반응이었다. 필자는 순간 호흡이 멈추었다. 그것은 청춘의 시기에 어울리는 용기와 도전의 호연지기와는 너무도 다른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청소년들이 지쳐 시들어가고 있었다. 이는 경쟁교육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생각하는 여유조차 없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고정된 틀에 얽매여 살아가는 그들에게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뿐이랴. 무언가 해야 할 행동에 대해서 “생각은 해봤어?” 하고 물으면 “아뇨. 생각하기가 귀찮고 피곤해요.” 또는 “아뇨. 저는 그냥 다른 애들 따라서 하면 되요.” 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왜 생각하기를 기피하고 피곤해 할까? 그리고 자기의 생각 말고 남의 생각만을 따르려고 할까? 그들은 한 마디로 생각하기를 귀찮아한다. 주체적인 판단과 행동으로 자신의 삶을 운영하기보다는 수동적이고 남이 생각하고 이미 마련해 놓은 길만을 편하게 밟고 지나려 한다. 마치 음식점에서 “무엇을 먹을래?”하고 물으면 “아무 것이나요” 또는 “같은 걸로요”라고 대답하는 것처럼 무색무취의 밋밋하기 짝이 없다.

독일의 어느 대학 철학과에서 실험을 했다. 학생들에게 백지를 주고 10분 동안 목표를 적어보라고 했다. 그런데 시간이 다 되어도 학생들은 한숨만 쉴 뿐 아무것도 적지 못했다. 교수가 말했다. “여러분의 생명은 1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 버킷 리스트를 써보세요.” 그러자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학생들이 백지를 채웠다. 교수가 앞서 말한 목표와 버킷 리스트는 비슷한 개념인데 왜 결과가 달랐을까? 이른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미래의 상상은 이렇게 단어 하나의 구별로 엄청난 심리적 반응의 차이를 가져다주었다.

최근에 『Future Self』라는 책이 입소문을 타고 ‘국민 독서’로 부각되었다. 이는 ‘미래의 나’를 상상해 현재에 접목시킴으로써 그것이 파생하는 엄청난 긍정적 효과를 제시하고 있다. 위에서 제시한 사례들처럼 꿈을 잃고 생각하기를 귀찮아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지침이다. ‘Future Self’를 통한 교육의 효과는 철저하게 심리학의 이론과 결과에 근거하고 있다. 그것은 ▶행동과 태도를 좌우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모든 목표는 접근 또는 회피라는 두 가지 범주로 나뉜다. ▶미래의 나와 연결되면 현재를 수용하고 사랑하며 그 가치를 인식할 수 있다. ▶미래의 나와 연결하는 것이 현재의 목적과 의미를 만들어 낸다. ▶장기적인 미래의 나와 연결하면 오늘 더욱 훌륭하고 탁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미래의 나와 연결될 때 행복하고 생산적이며 성공적인 삶을 촉진할 수 있음이다.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상상력이 지식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꿈을 잃고 생각하기를 망설이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미래의 내가 현재의 모습과 완전히 다를 것이라 상상하게 하자. 그러면 지금 당장 완성된 존재가 되어야 한다거나 완벽해져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힘들고 지친 청소년의 현재의 모습은 일시적이고 순간적이다. 청소년은 사나흘만 지나도 괄목상대(刮目相對)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려면 청소년들은 현재의 나에 대한 연민과 공감, 사랑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들에게는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미래의 모습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지혜와 용기가 가장 필요하다.

우리의 청소년들은 공부의 무게와 중압감에 억눌린 상태에서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상급학교 입시에 매달려 살아가고 있다. 이는 학교와 학원이라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따라서 그들에게 심폐소생술과 같은 효과이자 긍정 심리학의 분수효과를 고취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핑계를 대며 기피하거나 멀리하는 청소년들에게 미래의 행복을 꿈꾸고 주체적인 삶을 설계하는 데는 버킷리스트 작성의 ‘메멘토 모리’나 기타 타임캡슐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Future Self’ 교육은 매우 긴요하다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