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길곤 교장선생님, 한국바둑중•고등학교 제공
전남 순천시 주암면에는 한국바둑중•고등학교(교장 김길곤, 사진)라는 특별한 학교가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유일한 정규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라 한다. 2016년에 일본의 ‘바둑을 사랑하는 퇴직자 모임’에서 6명이 직접 학교를 방문했는데, 모임의 회장이라는 분은 한국에 바둑학교가 생겼다는 것이 믿기질 않아 확인하러 왔다고 고백하면서, “지금 소원이 하나 있다면 자신이 죽기 전에 일본에도 이런 바둑학교가 생겨나는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던 대상이 한국바둑중•고등학교란다. 그리고 학생들의 바둑 실력이 어느 정도일까 궁금했는데 올해까지 전국소년체전 남•여 단체전 모두 3년 연속 금메달이란다. 이런 특별한 매력을 지닌 학교의 이강지 중학교 바둑부장 선생님께, 이 학교에 대해 궁금했던 점에 대해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 한국바둑중∙고등학교, 다소 생소한 느낌이 납니다. “바둑만 두는 학교입니까?”
자주 접하는 질문입니다. 바둑을 전공하는 학교로, 바둑 공부뿐만 아니라, 일반교과(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등) 공부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이 학교는 언제 세워졌습니까?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13년 기존의 주암종합고등학교의 보통과, 기계과를 학과 개편하여 바둑과로 대체하고, 학교 이름도 한국바둑고등학교로 바꾸었습니다. 그러다가 2018년 병설로 한국바둑중학교를 개교하면서 현재의 한국바둑중∙고등학교가 되었습니다.
▲ 혹시 바둑 관련 교과서가 있습니까?
한국바둑고등학교는 처음에는 바둑 특성화고등학교로 출발하여, 지금은 체육계열 바둑 특수목적고등학교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바둑 전공 교육과정이 있으니 바둑 교과서도 있습니다. 열거해보자면 <바둑학개론>, <바둑문화론>, <바둑기술Ⅰ>, <바둑기술Ⅱ>, <바둑기술Ⅲ>, <바둑영어>, <바둑지도사실무>, <바둑콘텐츠>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바둑중학교는 바둑 특성화학교로 <바둑이론>, <실전바둑>, <바둑실기> 교과서가 있습니다.
▲ 학생들은 바둑 공부를 얼마나, 또 어떻게 합니까?
그게 몹시 궁금할 것입니다. 학교 이름이 시사하듯이 한국바둑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면 가장 먼저 듣게 될 말이 “바둑을 잘 두시겠네요”라는 말일 겁니다.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것도 훌륭한 교육목표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른 공부에 우선하여 모든 학생이 공인 아마 5단 이상이 될 수 있도록 바둑기술 공부를 하게 돕습니다.
정규수업 시간으로만 보면 매일 오전 4시간은 바둑이 아닌 다른 교과 공부를 하고, 오후 3시간은 바둑기술 공부를 합니다. 그리고 전체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어서, 매일 8교시 방과후학교와 야간 2시간 방과후학교를 활용하여 바둑기술 공부를 하게 합니다.
중학교의 경우는 바둑 영재 육성이 교육목표라서 전체 학생을 수준별로 편성하여 바둑기술 교육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의 경우는 조금 달라 대학 진학을 바둑학과에만 한정할 수 없어서 학생들의 희망에 따라 바둑기술 공부반과 수능 대비반으로 나뉘어 방과후학교 수업을 하게 합니다.
그리고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바둑 운동부의 경우에는 야간 1시간을 더 방과후학교 특별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우선 진로 목표가 프로기사가 되어 선수 생활을 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 바둑 실력은 나이에 상관없다고도 하던데, 학교는 어떤 방법으로 대처를 하고 있습니까?
맞습니다. 개인에 따라 바둑 실력이 천차만별하여, 중학교 1학년 학생이 3학년 학생보다 잘 두기도 합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아주 특별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일반교과 수업에서는 시도할 수 없는 교육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규교육과정 시간인 5~6교시에 <중∙고 통합 무학년 승강 리그전>을 실시하는데,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모든 학생을 통합하여 기력별로 순위를 정해 일정한 숫자만큼 조별 편성을 하여 풀리그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그 성적 결과에 따라 상위자 일부는 그 윗 조로 올라가고, 하위자 일부는 그 아랫 조로 내려가기를 반복하는 승강 리그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7교시에는 반별 복기 지도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방과후학교 수업도 위 방법으로 편성된 학기초 반으로 한 학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법은 바둑기술 향상을 위한 최고의 방법이라 평가받고 있습니다.
▲ 듣기로 벌써 프로 입단자도 많이 배출되었고, 재학생으로 학생 프로도 있을 만큼 바둑 실력이 대단한 학생들이 많이 있을 텐데, 이들을 누가 지도합니까?
예, 궁금하실 겁니다. 지난달 16일 <지역 15세이하 입단대회>에서 이승석(중3) 군이 입단하면서 한국바둑중∙고등학교 제14호 입단자가 배출됐습니다. 그래서 재학생 학생 프로는 8명이 있게 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학생들의 바둑기술 교육을 위해 우리 학교는 특별한 노력을 해 왔습니다. 고등학교에 5명의 프로기사를, 중학교에 4명의 프로기사를, 강사로 채용하여 학생들의 바둑기술 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 외람된 말씀이지만,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국바둑중∙고등학교의 역할이 바둑기술 교육에만 한정된 느낌이 드는데, 그렇지는 않겠지요?
당연한 말씀입니다. 일반인들의 바둑학교라는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려다 보니 설명이 바둑기술 교육에 한정되었던 것뿐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은 우리 학교 교육에 있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우리 학교의 교육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집니다. <바둑 명인 양성 프로켁트>, <바둑 진로 개척 프로젝트>, <바둑 스포츠문화 교류 프로젝트>입니다.
먼저 <바둑 명인 양성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위에서 이야기 한 것이 주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를 위해 중∙고 통합 무학년제 조별리그와 수준별 맞춤형 수업을 진행합니다. 학생들이 프로에 입단하거나 공인 아마 5단증을 취득하게 하고, 바둑지도사 3급 자격증을 취득하게 합니다. 방과후학교 교육활동을 야간까지 수준별로 실시하고, 이들 지도를 위해 전문 프로기사 총 9명을 강사로 채용해 지도하고 있습니다.
<바둑 진로 개척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이를 위해 매년 명사(조훈현 국수 등)를 초청하여 학생들에게 바둑인으로서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특강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해외 바둑 보급 능력을 키우기 위해 외국어 마스터하기 교육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돕기 위해 중학교에 영어 원어민 교사를, 고등학교에 중국어 원어민 교사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의 바둑방송부는 전통을 자랑하는 진로분야인데, 이들을 위해 방송 스피치, 홍보 영상 제작, 기사 쓰기를 위해 현장 전문강사를 초빙하여 연수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제 동행 1:1 진로 멘토링을 통한 진학지도와 학교 생활지도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바둑 스포츠문화 교류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세계 유일의 바둑 학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청소년들이 바둑으로 마음을 소통하고 문화적 공동체를 이룰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대표적인 것이 매년 여름 방학 때 진행하고 있는 바둑캠프를 들 수 있습니다. 올해도 180명 가량이 모여 바둑 경기를 비롯하여 지역문화 탐방, 체육활동, 오락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바둑캠프는 예년과는 달리 전국 각 시∙도 바둑협회 소속과 전문도장, 혹은 학원 소속의 청소년들 참여에, 중국 연길(9명)과 일본(4명)에서까지 참여하면서, 이제는 국제적 바둑캠프로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온라인 대국 교류전도 왕성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바둑 전문도장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지방의 바둑 청소년들과도 널리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소수이고 간헐적이지만 일본, 중국, 대만과도 온라인 대국 교류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마 이런 움직임은 멀지 않아 유럽이나 아메리카 지역에도 확산되리라 확신합니다.
이제는 직접 방문 교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서로에게 큰 공감과 돈독한 유대감을 줌으로써 바둑 문화적 공동체를 형성해 가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2023년 8월의 대만 타이베이시에 위치한 남산중∙고교에 한국바둑중∙고교의 방문 교류, 2024년 7월의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히바리가오카쿠엔학교에 한국바둑중∙고등학교의 방문 교류, 2024년 8월의 청소년 국가대표 선수팀의 한국바둑중∙고교 방문 교류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말씀을 듣다보니 한국바둑중∙고등학교의 앞으로의 행보가 무척 기대가 됩니다. 미래를 한번 예측해 주시겠습니까?
미래를 우리가 어찌 재단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한 가지 더 바라고 노력하고자 하는 일이 있는데, 그것은 우리 학교 근처에 누가 봐도 멋진 바둑연수원이 하나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곳에 국내 바둑인뿐만 아니라 세계의 바둑인들이 찾아와 바둑으로 공감하고 소통하며, 가진 것을 함께 나누고 서로 배워갔으면 좋겠습니다. 우선은 우리 학교가 가진 많은 자원과 역량들을 그들과 함께 나누고 공유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사진 (위): 지난달 5일부터 9일까지 한국바둑중고등학교 학생들과 바둑 청소년 국가대표팀 간 바둑 교류전을 가지고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한국바둑중고등학교 제공
사진 (가운데): 한국바둑중고등학교와 대만 남산중고등학교가 바둑을 매게로 교류회를 가지고 기념촬영을 가졌다. 한국바둑중고등학교 제공
사진 (아래): 한국바둑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전국소년체전 바둑 부문에 출전에 우수한 성적을 거둬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한국바둑중고등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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