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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곡 전재학(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학교의 ‘교직원 회의’는 관리자의 철학과 학교 경영의 비전, 그리고 학교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띤다. 예컨대 전통적으로 불리는 ‘교직원 회의’는 물론 ‘교직원 다모임회’ ‘교직원 인화의 시간’ ‘교직원 소통의 시간’ 등등으로 통칭된다. 여기에는 소규모 ‘교직원 회의’로서 각 부서 부장교사와 수석교사(있을 경우), 행정실장, 교감, 교장이 함께 하는 ‘기획회의’라는 대표적인 모임이 있으며 각 교과별 교사들이 모이는 ‘교과협의회’ 부서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하는 ‘부서별 협의회’ 학년 담임교사들이 참석하는 ‘학년협의회’ 그리고 각종 특정한 목적에 의해 담당 교사와 관련 교사들이 모이는 ‘생활지도 협의회’ ‘위기학생 관리 협의회’ ‘학력향상 협의회’ ‘감염병 예방 협의회’ 등등 수십 개의 모임으로 구성된다.

학교에서 전체 교직원이 모이는 ‘교직원 회의’의 중요성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는 한 달에 한 번, 또는 두 번, 아니면 주간별로 모임의 횟수를 내부적으로 정한다. 최근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월 1회로 제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모임의 운영 방식이 최근 학교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학교장의 철학이 크게 작용한다. ‘교직원 회의’에 관심이 많은 교장은 자유롭게 학교 현안에 대해 토의⋅토론을 하고 자신의 학교 경영 방침을 공개적으로 특별히 설명하되 유머가 넘치는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임팩트하게 직접 운영함으로써 교직원의 관심을 한곳으로 모은다. 여기에는 많은 공감이 있고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으로 펼쳐진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도 경쟁 매커니즘에 의해 널리 파급된 형식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지나치게 진지함이 가득해 유연함을 상실하고, 교직원이 원하는 그릇에 교직원이 원하는 시기에 교직원이 원하는 방식으로 교직원의 삶을 그대로 담을 수 없다. 이런 학교의 교직원 회의는 ‘형식’과 ‘엄숙함’이 압도한다. 곧 학교 공동체 문화에서 가장 진지하고 엄숙한 시간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는 모임의 성격상 어느 정도는 피할 수 없지만 엄숙주의가 팽배하고 과도하게 진지함은 결국 ‘과유불급’의 부작용과 교직원이 기피하는 시간으로 흐르기 쉽다.

그렇다면 바림직한 교직원 회의는 어떤 모습일까? 가장 먼저 교직원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하며, 상대방의 생각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사전에 공통적으로 꼭 필요한 내용은 상시 학교업무 전달 시스템이나 각 부서의 업무를 열람이 가능한 전산화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정작 교직원 회의 에서는 교직원의 애로사항과 문제에 대한 공감, 토론으로 그것을 함께 해결해 나가려는 협업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관리자의 간섭과 지시 위주의 주도권은 배제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교직원 회의에서는 학교 업무 중심의 복잡한 관련 공문과 상위 기관의 지침에 의한 처리에만 몰입하는 운영을 타파하는 것이다. 대신 타인의 생각과 업무에 대한 역지사지의 공감을 바탕으로 협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교직원 개개인에 대한 존중과 솔직한 생각이 다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누구나 자기 의견을 개진하여 피드백을 받고 이를 공론화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이로써 일방적인 전달과 지시로 소외의 시간으로 흐르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교직원 회의를 특정 부서나 그 부서장이 주최하는 것에서 탈피하여 모든 부서가 순환해서 담당하는 다양성과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

교직원 회의, 피할 수 없는 학교 운영의 필수 요소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이를 맘껏 즐기는 방식으로의 운영이 중요하다. 누구나 기꺼이 참여하고 싶고 기다려지는 시간으로 만드는 것은 교직원 모두의 책임이자 권리다. 다만 가정과 사회에서 시니어들이 입은 닫고 지갑을 여는 지혜가 필요하듯이 관리자는 가급적 발언을 자제하고 교직원들에게 기회를 주며, 학교장의 업무추진비나 학교 운영비에서 적절한 수준의 다과를 제공하는 성의와 배려가 필요하다. 톨스토이는 명작 『안나 카레니나』에서 ‘행복한 가정은 엇비슷하나 불행한 가정은 그 이유가 제각각’이라 했듯이 행복한 학교, 성공하는 학교는 교직원 회의가 기다려지며 불행한 학교는 그렇지 못한 다양한 이유가 존재함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