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행정법원은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세상을 떠난 교사의 유족이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낸 순직유족급여 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인사혁신처가 업무적 요인을 인정하지 않고 순직을 불승인했던 처분에 대해, 법원이 과도한 업무 부담이 순직 요인이 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전희영, 전교조)은 교사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공무상 재해로 인정한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교육부가 위법한 교사 행정업무 부과를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도한 행정업무는 교사가 수업을 준비할 여력을 앗아갔고, 심지어 교사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에 전교조는 교사 업무정상화를 위해 2021년부터 교사에게 부과된 행정업무들에 대한 위법성 분석에 착수했고, 분석 결과 초중등교육법상 명시된 ‘교사는 학생을 교육한다’는 본연 업무와 괴리된 업무를 교사가 수행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되었다. 특히 CCTV와 기자재 관리, 강사 채용 등 시설·회계·채용 업무가 교사에게 집중되어, 교사의 법적 직무인 학생 교육에 지장을 초래하는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전교조는 ‘교사 업무 정상화’를 시급한 교육 여건 개선 과제로 제시하고, 지난 2021년 교육부에 현행 교사 업무 체계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법률 검토의견서를 제출하였다. 이후 2022년 1월 26일 교육부와 교사업무정상화 협의를 진행하였으나, 교육부는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전교조의 교사 업무 정상화 요구를 거부하였다. 자체 법률검토 결과 ‘교사에게 시설·회계·채용 등의 행정업무를 부과하는 것이 문제가 없다’고 둘러댔을 뿐이다.
이후 전교조는 교육부가 교사 업무 정상화를 거부한 근거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했으나, 교육부는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그리고 행정소송 끝에 지난 7월 5일 교육부의 정보공개 거부 취소 처분이 내려졌으며, 전교조는 교육부가 교사 행정업무에 대해 자체적으로 법률 검토한 의견서를 확보하였다. 해당 자료에는 ‘업무 분장으로 인하여 법령에 규정된 교사의 수업권 등 교육 업무에 지장을 주는 정도에까지 이른다면 위법하다’, ‘채용·회계·시설관리 등 업무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교사에게) 부여되는 학생 교육 업무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 현행 교사 행정업무 체계에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는 검토 내용이 다수 담겨 있었다.
전교조에 따르면 교육부는 본인들 스스로 검토한 법률의견서에도 드러난, 교사에게 부과된 과중한 행정업무의 위법성을 부인하고 은폐하려 했으나, 전교조의 행정소송 승소로 결국 현행 교사 업무 체계가 위법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교사들이 학생 교육과 수업이라는 본연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근무 여건 개선에 앞장서야 할 교육부가, 오히려 교사들을 괴롭혀온 행정업무를 방치하며 공교육의 질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학교 현장은 이미 각종 업무에 대한 갈등으로 지독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는 정부 입맛에 맞는 사업들을 학교 현장에 쏟아부으면서도, 정작 해당 업무를 누가 맡아야 할지 업무표준안이나 업무 분장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교사에 대한 위법한 행정업무 부과를 방치해 온 교육부 책임이다. 이제 교육부가 위법한 행정업무를 방치하고 있었다는 진실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교육부의 직무유기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다. 전교조는 공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교사 업무 정상화 투쟁 수위를 높여갈 것이며, 교육부에 위법한 교사 행정업무 부과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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