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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곡 전재학. 교육칼럼니스트

우리는 예로부터 학교를 ‘인재육성’의 요람으로 지칭해 왔다. 그렇다면 우리의 학교는 진정으로 인재를 육성하고 있는가? 현대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인재는 사고의 확산으로 유연성과 창의성, 상상력이 뛰어난 인간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와 별개의 특정한 영역, 기억력이 뛰어난 인재만을 경쟁을 통해 선발하는데 치우쳐 왔다. 여기서 우리는 학교가 ‘인재육성’이 아닌 ‘인재선발’의 장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서의 교육에 충실하고 있음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

지난 세기의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인간은 평생 동안 자기 뇌를 5%도 사용하지 못하고 죽는다.”고 말했다. 이는 현대의 첨단학문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한 ‘뇌과학’의 전문가들이 밝혀낸 불편한 진실이다. 인간의 뇌는 사용할수록 발전하고 또한 인간의 사고(思考)는 발산시킬수록 생각이 확산된다는 것은 뇌사용의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학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를 하나의 검증된 진리로 수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학교교육은 과연 생각을 열어 이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얼마나 충실하게 하고 있는가? 우리의 학교교육을 생각하면 그간의 많은 변화와 발전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인간 뇌의 다양한 영역 중에서 특정한 부분, 특히 암기력에 의해 얼마나 오랫동안 많이 기억하는가의 측정으로 인간의 능력을 판단해 왔다. 이는 학교가 경쟁교육으로 상급학교 입시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 인재를 선발하는 장소로 존재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학교는 이를 얼마나 탈피하여 발전을 하고 있는가? 일찍이 하버드대 교수인 조지 길포드는 “인간의 사고는 발산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가 서로 순환하면서 이루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학교는 아직도 아이들의 발산적 사고력을 키워주는 것보다는 아이들의 수렴적 사고력을 테스트하는 곳으로만 기능하고 있다. 즉, ‘인재육성’보다는 ‘인재선발’의 경쟁에 치우쳐 있다는 말이다. 이는 질문이 없는 학교, 즉 열린 질문에 의한 사고의 확장이 결여된 채 단지 기억에 의한 사고 즉 수렴적 사고 교육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교육입국을 지향하는 바, 학교 교육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하지만 그 기대는 아이들의 암기력을 테스트해서 그것을 순서대로 나란히 줄을 세우는 경쟁에 대해 이제 심각하게 저항해야 하며 이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학교 성적에 의해 줄을 세움으로써 아이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기억력이 좋고 나쁨을 자기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지극히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이다. 사실 암기력에 의한 공부에 선천적인 DNA를 물려받아 재능이 있는 아이는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른바 루저(loser)로 분류되고 이를 평생 배움의 길에서 일찌감치 승자와 패자로 낙인을 찍는 것은 이제 멈추어야 한다.

우리는 학교를 없앨 수는 없다. 이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를 태우는’ 우매한 일이다. 하지만 학교교육의 경쟁 시스템을 상생(相生, win-win)을 위한 교육의 장으로 개선할 수는 있다. 이를 교육개혁이라 불러도 좋다. 하지만 우리가 매번 외치는 교육개혁은 정치에 예속되어 교육의 고유한 본질과 학교의 기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그때그때 달라요!’를 외치며 이를 착안하고 기획하는 교육 관료들의 생계 수단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이제 우리 교육이 가야할 길은 분명하다. 인재를 양성한다고 하고는 기억력 테스트를 해서 등수를 매겨 한 줄로 세우는 경쟁교육은 우리가 기대하고 희망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실수나 실패를 권장하고 이로부터 생활회복력을 키워야 할 교육이 열등생이나 패배자로 낙인을 찍고 왕따 시키고 불안과 고민으로, 청춘의 꽃을 활짝 피우기도 전에 ‘이생망’ ‘헬조선’ ‘N포 세대’라 외치며 ‘학교 밖 청소년’으로 전락하여 인권사각지대에서 삶을 등지는 우리의 청소년들을 구제해야 한다. 이는 ‘인간모독’을 촉발하는 경쟁교육을 ‘인간존중’의 상생교육으로 획기적인 전환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민주시민육성을 진정한 ‘인재육성’으로 지향하는 것은 이 시대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