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 사진: 박광식 울산교사노조 위원장

각 대학들의 수시 모집이 끝나면 고3 학생들은 수시파, 정시파, 예체능파로 나눠 각자의 유형에 맞게 학습에 임하기 때문에 교사가 교육과정에 맞게 충실한 수업을 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다. 각 교육청이 3학년 2학기 내실화를 위해 나름대로 여러 정책을 시도하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대학의 입시 일정이 먼저인 현행 체제하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특히 교육과정에 필수요소인 교원의 숫자는 턱없이 부족해 3학년 교과 및 담임 교사들이 1.2학년 수업과 평가,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작성을 지속적으로 해야하는 상황이어서 3학년만을 위한 별도의 교육과정을 내실있게 계획하고 실행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교육계 안팎에서 수능 후 다양한 현장체험학습과 진로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고3 담임들이 타학년 수업에 들어가야 해서 인솔 교사가 부족할 뿐아니라 학생의 수요에 맞는 전문가를 매일 초빙하는 것도 어려워 실현하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 안전사고의 책임은 인솔 교사에게 오롯이 되돌아올 텐데 어느 교사가 선뜻 임하겠는가?

그러면 3학년 2학기 교실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전제돼야 할까? 인문계 고등학교 생활을 20여년 한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 보겠다.

첫째, 대학의 수시전형 시작일 및 최종 합격 발표일을 단축하고 연기할 필요가 있다. 3학년 2학기 정상화를 위해 수시전형 기간 단축과 연기를 요구하면 대학들은 지원자를 내실있게 평가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다. 하지만 전국의 많은 대학들은 학생부 중심 전형에서 수능일 전, 혹은 수능 직후에 최종합격자를 발표한다. 즉, 9월 중순에 원서를 받아 11월 중순에 모든 평가가 완료된다. 그러면 11월 중순인 수능일 이후에 전형을 시작하면 1월 말에는 합격자 발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2학기 출결과 성적에 대한 평가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비정상적인 3학년 2학기 교실의 가장 큰 원인은 2학기 출결과 성적, 학생부의 미반영 때문이다. 2학기 학생부를 일정 부분 반영됨을 각 대학 모집 요강에 추가되면 최종 합격을 뒤집을 수 있다. 실제로 하버드, 코넬 등 미국의 주요 대학들은 1학기까지의 학교생활과 성적을 바탕으로 합격자를 선발하지만 이는 조건부 합격이다. 합격자 발표 이후에도 최종 학기의 성적을 제출하도록 하여, 성적이 지나치게 하락하거나 학교생활에 불성실하게 임한 정황이 있으면 최종합격을 취소한다. 이러한 것을 응용하여 2학기 출석이 좋지 않을 경우 입학 장학금, 국가 장학금, 해외연수, 기숙사 배정 등 합격한 대학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배제하는 것이다.

셋째, 정시 폐지와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이다. 수시전형 기간을 줄이고 2학기 학생부를 대입에 반영하더라도 수능 준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교육과정이 변형되는 문제는 여전하다. 따라서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실시 시기를 조정하여 정시를 폐지하는 것이다. 정시 폐지 없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현재의 영어 절대평가처럼 모든 과목에서 1등급을 4% 내외로 배출될 수 있도록 난이도를 조절할 것이다.

넷째, 문제은행식 절대평가 수능을 연중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수능이 3학년 2학기에 있는 한 절대평가로 전환되더라도 교육과정의 운영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수능이 문제은행식인 미국의 SAT처럼 기초학력 측정 수준으로 출제되고, 재학 중 여러 차례 응시할 수 있으면 가능하다. 2028년 수능부터 고등학교 1학년 수준의 공통과목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수능을 1학년 말부터 3학년까지 연중 2~4회 정도로 토요일과 방학 때 실시한다면 수능이 필요한 학생만 응시하기 때문에 현재의 일회성 상대평가 수능보다는 부담이 훨씬 줄어들 수 있으며, 2,3학년 교육과정의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수능의 모든 과정은 현재처럼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전담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지금까지 매년 이맘때가 되면 여러 매체에서 수능 전후의 학교 교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이러한 문제점은 교사 개인이나 단위 학교에서는 해결할 수가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3학년 2학기 교육과정의 정상화를 통해 학생이 안정적으로 사회생활에 첫발을 디딜 수 있도록 국가와 교육당국, 지역사회는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