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의 최종 투표율은 23.48%다. 정근식 교육감은 50.24%를 받았다. 서울에서 네 번 연속 진보 교육감이 탄생했는데 득표율이 가장 높다. 세 번 당선됐던 조희연도 과반 득표를 한 적이 없다. 정근식의 승리는 보수진영에는 치명타였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지금. 불확실성이 걷힌 서울시교육청은 빠르게 안정을 찾은 모습이다. 정 교육감은 교육청 직원들로부터도 비교적 후한 점수를 받는다. 비서진 역시 차분한 행보다. 점령군처럼 행세하던 예전과는 딴판이다.
정 교육감은 의사 표현이 분명한 편이다.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게다가 소탈하고 유쾌한 감각은 딱딱한 분위기를 쉽게 풀어낸다. 난처하고 곤란한 상황에선 유머러스하게 맞받아치는 솜씨가 일품이라고 한다.
취임하자마자 국정감사, 서울시의회 행정감사에 불려나가 집중공격을 받았지만 무난하게 넘겼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학교 현장도 긍정적이다. 교사들은 요란스럽지 않아 좋다고 한다. 새 교육감이 등장하면 으레 이런저런 구호가 쏟아지고 한 건 하려는 욕심에 설익은 정책들이 난무하기 마련이다. 가뜩이나 행정업무에 치여 사는 교사들로서는 무엇이 됐든 달가울리 없다.
교육은 밀도가 높다. 한쪽을 건드리면 반드시 다른 한편에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조금만 메스를 잘못 대도 신경망처럼 촘촘히 얽힌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지금 교육부가 보여주는 ‘9대 개혁’이라는 이름의 행태가 딱 그 꼴이다.
그런 면에서 정 교육감의 한 달은 영리하다. 열심히 듣고 충분히 살펴본다. 비록 남은 임기가 1년 7개월 정도에 불과하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지난 교육감선거에서도 그는 여우같은 전법으로 곰을 잡았다. 상대의 공세에 결코 거칠게 대응하지 않았다. “혁신 교육 발전적 계승”, “역사의식과 감수성 키우는 교육” “기초학력 보장과 학습진단치유센터” 같은 슬로건으로 진보를 결집했다. 유권자가 거부감 느낄만한 언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아 좋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진실화해위원장, 민교협 의장 등 진보진영에 선명한 족적을 남긴 인물이지만 예상과 달리 정책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선거를 치를 때야 진영을 나눠 쟁패를 벌였지만 당선되면 모두의 교육감이다. 갈등과 대립의 늪에서 교육이 빠져나오려면 통합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정 교육감은 엊그제 취임 한 달을 맞아 직원들에게 서한문을 보냈다. 그는 “학생에게 꿈을, 교사에게 긍지를, 학부모에게 신뢰를 드리는 서울교육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소망이 이뤄질지, 언제까지 초심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의 도전이 성과를 거둬 교육계에 신선한 변화를 불러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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