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인곡 전재학(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 산곡남중 교장)
우리에게 대학은 이젠 너무도 보편화된 인생의 코스가 되었다. 고교 졸업 후 70%를 넘는 대학 진학률은 지구상 그 어느 선진국들을 능가하고 있다. 이는 산업화 시대의 우골탑의 신화를 계승한 나라답게 대학의 문은 활짝 개방되어 있고 대학 졸업장은 대다수 국민의 고유한 명찰처럼 불가분의 소유물이 되었다. 그런데 대학에서 교육받을 기회가 내면적으로 불공정한 정책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음에 이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교육부는 2025학년도부터 국가장학금 지급 대상을 중산층 자녀에게 대폭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국가 장학금은 소득 수준을 1~10구간으로 나누어 소득 8구간 이하 학생들에게 차등 지급해 왔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9구간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도 연간 100만 원 이상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로 인한 문제가 그리 녹록치 않다. 그것은 장학금 수혜 대상자인 전체 대학생 205만 명 중에서 현재 약 절반인 100만 명에서 앞으로 150만 명 선까지 크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언뜻 듣기에 장학금의 수혜 혜택을 늘리겠다고 하는데 무슨 문제냐, 오히려 좋은 것 아니냐는 섣부른 판단에 이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국가장학금 확대 정책이 내포한 그 이면의 문제점이 무엇인가? 첫째, 전형적으로 정치적 지지층을 끌어 들이고자 하는 포퓰리즘이다. 사실 이에 대한 시안은 이미 지난 4월 총선에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부의 2025년도 고등교육 예산은 올해보다 약 1조 원 늘어났다. 그런데 그 증액분의 약 55%가 국가장학금으로 쓰인다. 대학 경쟁력 강화에 투자해야 할 재정을 중산층 학비 지원에 투입하면 대학 교육 환경은 더 열악해지기 쉽다. 현재 우리의 대학은 16년째 동결된 등록금으로 대학들의 교육 여건 투자비는 동결 이전에 비해 반 토막 나서 양동이로 빗물 받는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실습실은 고교보다 못한 상태에서 연구하는 실정이다. 중산층의 표를 얻기 위한 국가장학금 정책은 야당 지도자의 생활격려금 1인당 25만 원 균등지급 주장과 매우 유사한 비효율적인 포퓰리즘이다.
둘째, 대학 교육기회의 불공정성이다. 내년에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이 된 소득 9구간은 4인 가구 기준으로 소득과 재산을 합쳐 환산한 월 소득 인정액이 1220만~1829만 원이다. 통계청 소득 10분위 기준으로 환산하면 월 소득 606만~906만 원에 해당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중산층 자녀까지 지급 대상을 확대하면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지원하는 제도의 도입 취지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또래 중 대학 비진학자 25%의 청년들에게 역차별이 되는 것이다. 현재 세수 결손이 연 2년 째 크게 누적되고 있는데 월 소득 인정액이 2000만 원에 육박하는 가구까지 세금으로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는 것은 지극히 불공정하다.
셋째, 대학 졸업장의 남발로 가치하락은 악순환을 유발한다. 우리의 대학 졸업자들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취업률이 낮고 고졸자 대비 대졸자의 상대적 임금 수준도 떨어진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고졸자를 뽑는 일자리에 대졸자들이 대거 몰리는 하향 취업이 고착화된 것을 보라. 대졸자가 지천에 깔려 우리 고등교육은 지극히 저효율적이고 국가적 낭비가 매우 심하다.
우리의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 이외에 정부 지원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더 집중되어야 한다. 일찍이 호학의 성인 공자도 ‘유교무류(有敎無類)’라 하여 부자, 빈자의 교육기회의 공정성을 강조했다. 미국, 영국 등은 ‘적극적 우대 정책’의 일환으로 빈자들에게 교육기회의 문을 넓히고 있다. 현 정부가 양극화 해소에 역점을 두겠다는 상황에서 오히려 빈곤층의 교육 사다리를 악화시키는 정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우리 대학이 교육받을 기회를 균등하고 공정하게 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살리고 든든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 작동할 수 있는 수단이자 보루가 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gif)
.jpg)
.jpg){kind=small}
.jpg)
.jpg)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