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강주호 40대 한국교총 회장. 한국교총 제공
교육계에 30대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난 11일 한국교총 회장에 당선된 강주호(사진) 경남 진주 동중 교사는 1986년생 만 38세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전교조 위원장으로 선출된 박영환 전교조 충남지부장은 만 39세다.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양대 교원단체 수장에 모두 30대 교사가 세대교체를 이서 수장에 올랐다.
이들 두 사람 모두 관록과 조직력을 앞세운 경쟁자들에 맞서 돌풍과 이변을 일으킨 주인공들.
강 신임 교총 회장은 사립 중등교사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경쟁자인 권택환 후보를 초박빙 승부 끝에 1.32%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박 전교조 위원장 당선인은 역대 전교조위원장으로는 첫 초등교사 출신이다. 50.13% 득표율로 신승했다.
30대 교원단체 수장 등장은 지난해 서이초 사건 이후 달라진 교육현장 분위기가 그대로 투영됐다는 분석이다.
연공서열이 강했던 교직사회 분위기가 서이초 사건을 거치면서 커진 MZ세대와 평교사가 주도세력으로 급성장 했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정년 등으로 떠나면서 30~40대 젊은 층 교사들의 비중이 커진 것을 우선 꼽는다. 교직사회에서 80년대 학번 세대들이 물러나고 그 자리를 MZ세대가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서이초 사건을 교직 사회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코로나 19에 따른 원격수업을 계기로 학교 현장에서 온라인 수업에 능한 젊은 교사들의 입지가 확대되기 시작했고 이어 서이초를 지나면서 주도 세력으로 등장했다.
이들은 서이초를 계기로 교권보호와 교사 권익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강한 결집력 무기로 정부와 교육당국을 압박, 가시적 성과를 이뤄냈다.
이를 통해 얻은 자신감은 전통적 권위와 질서에 순응하기보다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며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고 정치적 입지를 넓혀갔다.
교사노조가 불과 1~2년새 12만 여명의 회원을 모집할수 있었던 데에는 2030세대 교사들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이런 바람은 고스란히 교총과 전교조에도 불어 닥쳤다. ‘꼰대스러움’을 거부하는 정서는 30대 후보들이 약진하는 데 발판이 됐다.
이번에 치러진 교총 회장선거에서 막강한 조직력을 갖춘 권택환 후보가 분루를 삼킬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 하나로 ‘교수’라는 직함을 꼽는 전문가들도 있다.
중등교사 출신 강 신임회장과 2파전으로 치러지면서 자연스레 '교사와 교수' 대결구도가 만들어졌다.
예전 같으면 교수의 권위와 명성이 먹혀들었겠지만 이번엔 오히려 공격 포인트가 됐다는 분석이 많다.
역대 교총회장 선거에서는 교수 출신들이 초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전임 정성국 회장 때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교총 회원의 98%를 차지하는 교사들의 기류가 바뀐 것이다.
앞선 교수출신 회장들이 교총을 발판으로 정계로 진출하는 등 입신양명의 계기로 삼아온 사례를 보면서 반감이 커졌다.
결국 교사들의 목소리와 권익을 대변하려면 교사출신 회장이 돼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고 그런 바람은 이번 선거를 관통했다.
최근 세번 치러진 선거에서 정성국, 박정현, 강주호 회장은 모두 평교사출신으로 경쟁자인 교수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한 대학교수는 “요즘 교사들은 교수들의 권위를 높게 여기는 것 같지 않다”면서 “심지어 대학원보다 교원학습공동체와 같은 교사들 모임을 통한 연구를 더 선호하는 분위기도 읽힌다“고 말했다.
30대 리더를 보는 교육계 시각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MZ세대는 자신의 권익을 요구하고 도전하는데는 능숙하지만 타인의 권익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것에는 서툰 경향이 있다“며 ”그들이 우리사회 건강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의 격려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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