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전재학(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최근 남도의 한 섬마을 고교생이 서울대 의대 수시전형에 최종합격한 소식이 각 언론에 보도됐다. 전남 신안군의 많은 섬 중의 하나인 도초도에 위치한 도초고의 문정원(18)양이 그 주인공이다. 문양은 목포에서 뱃길로 50여분이 걸리는 전남 신안군 도초도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도 모두 섬에서 다녔다. 올해 개교 47년을 맞은 도초고는 그간 서울대 합격자를 계속 배출했으나 이번 서울대 의대 합격자를 배출된 것은 문양이 처음이다. 문양은 전남지역 70개 국·공립 고등학교 가운데 현재 서울대 의대에 합격한 유일한 학생이기도 하다.
특이한 것은 섬 전체에 학원 하나도 없지만, 스스로 묵묵히 학업에 매달린 끝에 서울대 의대 진학을 이루어냈다는 것이다. 그녀는 “암 치료 의사가 꿈”이라 말하며 “학원하나 없는 섬에서 자라고 생활했지만 의사가 되고 싶은 꿈을 이루고 싶어 열심히 공부했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문양은 “섬에서 공부를 하다 보면 어려운 점이 많지만, 선생님과 가족, 친구들의 응원이 있어 합격할 수 있었다”며 “의사가 되면 그동안 받은 고마움을 돌려주고, 우리 사회에도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갈수록 사교육 공화국이 되어가는 이 시대에 다소 믿기 어려운 뉴스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교육자의 입장에서 매우 기쁜 마음과 함께 가장 먼저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이는 ‘유교무류(有敎無類)’를 상징하는 즉, 누구나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의 균등과 함께 ‘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다’는 교육사다리 부활의 대표적 사례라 여겨져 매우 바람직한 인재의 육성과 특화된 학교 교육과정의 운영 성과라 할 수 있기에 더욱 그 의미를 높이 사고자 한다.
문양이 의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고교 2학년 과정인 생명과학 과목을 접한 뒤부터라 한다. 생명과학을 배운 후 관련된 동아리나 탐구 활동에 관심을 쏟으며 “치매나 암과 관련된 의사가 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듯이 그녀는 소망하는 꿈에 다가섰으니 이제 대학에서의 전문적 지식과 자질 향상에 더욱 매진할 것으로 믿는다. 왜냐면 그녀는 담임교사의 평가대로 “자기 주도적 학습이 굉장히 잘 된 학생”이기 때문이며 “평소 등교 시간보다 1시간 30분 일찍 등교해 공부하고, 주말에도 오후 10시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한 후 기숙사로 돌아갈 만큼 성실한 모범생”이라는 인성이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도초고는 육지와 연결된 다리가 없어 쾌속선을 타고 50여분이 걸리는 도초면에 있다. 전교생이 160명 규모의 섬마을 학교지만,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교사들도 관사에서 생활하며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동안 올해 문양을 포함해 총 7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했다고 한다. 사회 일각에서는 무너진 공교육을 탓하며 학교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지만 이처럼 학생과 교사의 의지가 결집되고 행동이 따르면 그 결과는 교육환경이 다소 미진하다해도 유능한 인재의 육성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것에 주목하고자 한다.
훌륭한 목수는 결코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 훌륭한 인재 역시 교육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잠재력을 인출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과 성실함, 그리고 자발성에 바탕을 둔 배움에의 절차탁마의 노력이 있기에 그 어느 것도 불가능을 사전에서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더불어 그런 학생을 지도한 교사들의 역량과 교육리더십도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판단한다.
우리 교육은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공부에 전념하는 학생들에게 보다 큰 격려와 지원은 물론 제도적 뒷받침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갈수록 도심이나 서울의 학원가로 몰리고 자사고, 특목고, 특성화고를 중심으로 N수생을 양산하는 교육 풍토와 개인의 출세와 성공만을 지향하는 교육 가치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세상을 보다 이롭게 하고 타인을 기꺼이 돕는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목표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 단지 누구나 부러워하는 의사란 직업을 갖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니라 이 사회와 인류 발전에 도움이 되고 꼭 필요한 인재가 되어야 한다. 소중한 꿈을 이루어가는 한 고교생의 앞길에 무궁한 성장과 발전이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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