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인곡 전재학(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일찍이 독일의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는 1930년대 독일 사회의 특징을 ‘비동시성의 동시성’으로 설명하였다. 당시 독일은 전근대와 근대가 뒤섞이는 혼란스러운 시국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과거의 질서와 미래의 질서가 동시에 존재하는 현상을 설명하며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어떤 사회든 일반적으로 공동체가 변할 때는 기술이 가장 먼저 변하고, 그 뒤를 이어 경제, 다음으로 조직, 마지막으로 가치가 변한다고 한다. 따라서 기술이 변하는데 사람의 가치관이 변하지 않으면 문화적 지체 현상이 생기고 이는 곧 갈등으로 이어진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근대를 산 70-80대, 근대화를 이끈 50-60대, 탈근대화 기수였던 30-40대,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10-20대가 어울려 살아간다. 따라서 세대의 격차로 인해 가치관의 혼재가 발생하여 이른바 X, Y, Z 세대문화가 갈등과 충돌을 겪을 수밖에 없다. 20-30대의 MZ 세대가 혐오하는 ‘꼰대 문화’도 이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학교는 10대에서 60대 초반까지의 연령층이 골고루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따라서 신세대 학생은 말할 것도 없고, 신세대 교사와 중견교사, 정년을 앞둔 원로 교사의 문화적 인식 차이가 학교 문화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여기에 상호 간의 소통마저 결여될 때 공감을 이루기는 어렵다. 그 결과는 어떤가? 이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학교에서의 교사, 학생, 학부모 간의 온갖 갈등과 충돌로 인한 상처가 그 모든 것을 증명하고 있다. 가장 단적인 예로 최근 6년간 100명의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제 학교 조직에서는 상호 간의 보다 다정한 배려와 정서적 공감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이는 JTBC ‘싱어게인’ 프로그램의 심사위원들이 남긴 심사평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따뜻한 격려와 사랑으로 무명가수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하지만 결정은 냉정하게 진행한다. 한마디로 독하고 자극적인 말로 참가자들 실력을 평가하기보단 그들이 보여주는 장점을 짚어주면서 동시에 보완해야 할 점을 우회적으로 말하여 모든 참가자들을 배려한다. 이는 교사가 수업, 학급운영, 교육과정, 교육행사 등의 제반 교육활동에서 적용할 사항이다.
오늘의 학교 조직에서는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교육활동을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학교가 나아갈 방향과 목표를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고 협의와 합의를 통한 의사소통으로 자발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여기엔 성장하는 조직과 퇴보하는 조직을 가늠하는 요인들이 있다. 예컨대 조직 관리의 핵심 원칙으로 좌충우돌하지 않는 일관성, 진심으로 대하는 진정성, 지식과 정보를 끊임없이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용성,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명감, 인간의 기본 심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인권감수성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관리자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첫째, ‘관리자 마음대로’라는 의사결정 방식의 폐기다. 이는 교직원들의 창의력과 열정을 식히고 따라만 가는 수동적인 조직으로 전락하게 만든다. 둘째, 업무 지시에서의 용어 사용이다. ‘상부 기관’, ‘교육부’, ‘교육청’의 지시란 말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관리자는 자신의 언어로 전달해야지 위에서의 지시라는 영혼 없는 말은 피해야 한다. 셋째, 교직원 회의 민주적인 운영과 절차를 제고해야 한다. 회의의 주인공은 교직원이기에 특히 그들에게 적합한 시간과 절차 준수에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넷째, 교사의 지속적인 성장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잠재적 역량을 발휘하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잠재력이 높은 교사를 성장으로 이끄는 것은 모든 교육활동의 원동력이자 학교공동체 사이에 신뢰와 존경으로 존립하게 하는 주춧돌이다.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 또한 바로 설 수 있다. 요즘처럼 학교공동체가 갈등으로 흔들리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불행이다. 학생은 행복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고 학부모는 그들을 지원하고 교사는 그들을 교육할 책임이 있다. 국가와 교육 당국은 신뢰받는 교육정책으로 학교공동체에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지시와 정책이 아닌 공감과 소통을 기반으로 해야 민주적 가치가 성숙하고 비로소 교육이 국가의 성장과 발전의 마중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gif)
.jpg)
.jpg){kind=small}
.jpg)
.jpg)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