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인곡 전재학(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포브스>가 선정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경영 도서 중의 하나이자 자기계발서로 유명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저자인 성공학의 대가 스티븐 코비는 주도성(主導性)을 ‘proactivity’라고 지칭하고 있다. 그는 “주도성이란 단어를 요즘 경영학 문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전에서는 찾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솔선해서 사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이 말의 의미는 스스로의 삶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보통 주도성=자율성의 의미로 받아들이지만 정작 책임감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우리는 학교 교육을 말할 때 교사의 주도성을 핵심으로 내세우곤 한다. 교육의 주된 책임을 교사에게 부여하는 것이지만 주도성은 특정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속성이 아니다. 또한 고정불변의 것도 아니다. 우리는 너 나 없이 모두 주도성이라는 특성을 소유하고 있다. 이는 개인의 역량과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비로소 그 기능을 발휘한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주도성이 발현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사 주도성의 역할이다. 여기엔 학생에 대한 지지와 격려, 상호작용과 소통이라는 과정이 수반된다. 결국 교사의 주도성은 교육에 대한 책임감, 자기관리 능력, 리더십의 요소를 총 망라하고 있다.
우리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주도성을 갖기 어렵다. 왜냐면 교사 중심의 강의식 수업방식,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와 시간 부족, 지속적인 실패로 인한 자아존중감 저하, 디지털 기기 의존과 즉각적 만족 추구,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관심사를 고려하지 않는 진로 지도 등 여러 가지 장애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가 먼저 주도적으로 움직여야 학생 주도성을 도울 수 있다. 그렇다면 ‘교사의 주도성’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교사가 스스로를 교육과 전문성 개발의 주체로 인식하고, 긍정적인 목표를 설정하며, 성찰하고, 자신뿐만 아니라 학생과 교육공동체에 대해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역량’이라 할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인재상 중 첫 번째가 주도적인 사람이다. 여기에는 학교가 주도적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운영할 때 학생도 주도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학생의 주도성이 발휘되려면 교사 주도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교사가 주도성을 고양하려면 필요한 몇 가지를 충족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교사는 함께 할 때 주도성이 극대화된다. ‘멀리가려면 함께 가라’는 금언처럼 교사는 세상과 연결되고 동료 교사와 함께 할 때 주도성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다.
둘째, 교사에게도 ‘한 사람’의 핵심 요원이 필요하다. 이는 학생에게 ‘그 아이만을 위한 단 한 사람’이 필요하듯이 교사에게도 ’그 한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교사는 자기를 지지해 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셋째, 교사의 성장이 곧 학생의 성장이다. 교사는 학급 경영, 수업 이전에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 우선이다. 좋은 사람은 좋은 교사가 되고, 좋은 교사는 좋은 아이들을 길러낼 수 있다. 교사의 성장은 지속적인 개인 연수와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힘이 크다.
오늘날 현실은 ‘학교의 사법화’가 사회 문제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교사들 사이에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거나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낫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이는 교사가 주도성을 가지고 교육활동을 온전하게 이끌 책임과 의무의 싹을 애초부터 잘라내는 잔인함과 다를 바가 없다. 심지어 교사의 당연한 생활지도조차 학부모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녀에 대한 ‘아동 학대’로 몰아 ‘교사 때리기’ 내지 ‘교사 학대’가 성행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간의 협력을 통한 교사의 주도성 회복은 교사를 살리고 결국 교육을 바로 세우는 길이다. 이는 이 시대의 가장 시급한 교육 과제임을 모두가 인식할 수 있기를 고대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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