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인곡 전재학(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요즘 '딥시크' 중국에 대한 기사가 줄을 잇고 세계 각국의 인공지능(AI) 정책에 대한 관심이 화두다. 그 가운데 대한민국의 AI 스타트업은 세계의 흐름에서 열외가 된 처연한 길을 걷는 상태로 우려와 걱정이 앞선다.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은 40세로 이미 대학 시절 AI 전문가로 성장한 반면에 대한민국의 인재들은 거의 의사로 메꿔지고 있다. 이는 심각한 상태를 넘어 미래 국가적 존망의 위험으로 과연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 국가적, 교육적 통찰이 절실하다.
요즘 뜻있는 이 땅의 과학자, 정치인, 교육자, 기업인 등 사회의 모든 영역에 걸쳐 전문가들은 세계 AI 업계에 파장을 몰고 온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를 언급하고 있다. 어떤 정치인은 "많은 분들이 요즘 중국을 미워하는데 미워하는 건 좋은데 절대 무시하지는 마라. 무시하면 우리 판단력이 흐려진다."며 "딥시크는 축적의 결과로 오랫동안 중국 정부가 투자하고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AI나 빅데이터 등 하이테크 분야에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우리를 이미 따라잡았다"며 "반도체 일부에서 우리가 앞서가고 있는데 그것도 시간문제"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우리는 현재 이곳저곳에서 경제의 균형이 깨지고 심각한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는 마치 잃어버린 20년으로 상징되던 일본이 이 땅에 옮겨진 듯 우리의 경제가 저성장의 언저리에서 경고음을 내고 있다. 이는 노동집약적, 자본 집약적 성장을 해왔던 옛날과 달리 지금은 혁신 성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세계 경쟁의 흐름에서 멀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국가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안타깝고 아쉬운 점은 이루 말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렇다면 왜 우리가 이렇게 된 것인가? 다시금 냉정하게 이성을 되찾아 되돌아보면 그 원인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바로 대한민국 ‘인재들의 의사화’ 즉 ‘이공계의 붕괴’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고교, 대학, 사회 곳곳의 학생이든 대학생이든 아니면 사회인이든 모두가 의사가 되고자 혈안이고 이는 N수생의 대폭적인 증가를 불러왔다. 오랜 경제적 불황의 여파 속에서 고소득이 보장되고 평생 안정적인 직업인 의사는 그만큼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의대 정원의 급속한 증원은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다.
요즘 고등학교에서는 장래 희망을 물으면 문⋅이과 계열에 상관없이 상당수가 의사가 되겠다고 한다. 그중에는 수학, 물리 등을 잘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과연 의사를 하겠다는 학생들에게 무슨 물리학이 필요하고 수학이 필요할까? 그런데도 현실은 이공계 적합도에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의사만을 꿈꾸니 이것이 제대로 된 나라인지 강한 의문이 생기지 아닐 수 없다. 이를 부채질하고 불에 기름을 부은 것이 바로 현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충격도 큰 이유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역대 정부에서도 소위 정치적으로 성과를 앞세우기 위해 '공공부문 일자리 수십만 개를 만들 때 AI, 창업 쪽에 투자는 인색했다. 그 결과 인과응보, 자업자득의 열매를 드디어 맞보고 있다고 통렬한 성찰을 아니 할 수 없다. 이에 반해 G2 국가인 중국은 첨단 인재를 세계에서 끌어 모으고, 키우는 일을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지 않았는가. 그들이 이렇게 우수 이공 인재를 모으고 육성한 결과를 우리는 요즘 눈앞에서 바로 두려움에 가득 차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과감한 정책적 배려와 투자, 그리고 의식의 전환을 이루어 과학, 수학, 엔지니어링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여기에는 단견적인 교육정책보다는 멀리 국가의 비전을 내세워 정부의 강력한 주도 아래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 여기에는 우리 교육이 의대 일변도의 현 흐름에서 이공계 인재 육성의 기치를 앞세워 과학⋅기술의 선도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이는 선택적 희망 사항이 아닌 국가의 생사를 가늠하는 절대적인 필수다. 우리는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다. 중국의 ‘딥시크’는 결코 우연이 아닌 바로 국가의 정책이 올인(All-in)한 결과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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