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사사무소 돋움 대표노무사 김기돈
2024년 10월 24일, 온 힘을 다해 아이들을 가르치던 인천의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 A씨가 아끼던 아이들과 가족들을 두고 세상을 떠났다.
법정 정원을 초과한 과밀학급에서 아이들을 위해 무엇 하나 포기할 수 없었던 A 교사는 자신의 시간과 건강과 마음을 깎아 책임을 다하려다 결국은 삶을 놓고 말았다.
지난해 초 새 학기가 시작될 때 A 교사가 담당한 학생 수는 특수학급의 법적 정원을 꽉 채운 6명이었다. 그러나 전입생이 생기면서 학생 수는 8명으로 늘어났고 이 중 절반은 중증 장애를 가진 학생으로 자해나 공격행동을 보이기도 해 손을 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A 교사는 통합학급에 완전통합 배치된 특수교육 대상 학생 6명에 대한 지원과 특수교육 관련 행정업무도 도맡아야 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보면, 초등학교 특수학급의 정원은 6명이며 이를 초과하면 학급을 증설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인천시교육청은 과밀학급의 기준을 자의적으로 9명으로 정하고, 학급 증설과 교사 추가 발령에 대한 A 교사의 간절한 지원요청을 묵살했다.
결국 A 교사는 주당 29시간의 수업(초등교사 평균 주당 수업시수 21.1시간)을 하고 교사들 중 가장 많은 공문을 처리하며 애쓰고 버티고 쏟아내다 결국 소진돼 떠나갔다.
인천시교육청의 모습, 악덕 사업주와 겹쳐 보인다
필자는 A 교사 죽음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진상조사위원회에 교직단체 추천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인천시교육청의 2024년 특수교육 운영계획을 살펴보게 됐다.
인천시교육청은 학생 중심 특수교육을 내실화하기 위해 학생 중심 특수교육 지원체계 강화, 특수학교(급) 다양화로 교육선택권 확대 계획을 세우고, 통합교육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협력기반통합교육여건 조성, 학교구성원의 통합교육역량 강화, 일상적 장애공감문화 정착도 계획했다.
또한 개별맞춤형 특수교육 확대를 위한 에듀테크 활용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장애유형‧정도에 따른 교육 지원 확대, 지역사회 연계 진로‧직업교육 다양화 추진도 계획에 포함했다.
인천시교육청의 특수교육 운영계획이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에게 필요한 정책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렇게 방대한 계획을 학교 현장에서 실행해야 하는 주체는 결국 특수학급을 담당하는 교사이고 교사에 대한 적절한 지원계획이 포함되지 않은 특수교육 운영계획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A 교사와 같이 과밀학급을 맡고 있는 특수교사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특수교육 운영계획은 업무에 업무를 가중시키고 책임에 책임을 얹어 내맡기며 교사를 사지로 내모는 계획일 것이다.
인천시의 특수학급 과밀도는 전국 최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시교육청의 특수교육 운영계획 중 과밀 특수학급에 대한 유의미한 대책은 ‘과밀특수학급 및 특수학교 정서‧행동지원 정원 외 한시적 기간제 배치’라는 계획 한 줄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인천시교육청은 A 교사의 학급 증설과 교사배치 요청을 묵살함으로써 이마저도 시행하지 않았고 결국 A 교사를 죽음으로 몰았다. 노동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익숙한 필자의 눈에는 이러한 인천시교육청 모습이 악덕 사업주와 겹쳐 보인다.
법에서 정한 최소한의 기준도 지키지 않고 이미 과도한 업무에 치여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노동자에게 아무런 대책도 없이 추가 업무를 지시하는 악덕사업주 말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 교사 역량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 발전하려면 결국 특수교사의 역량이 강화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특수교사를 지원하는 교육 정책이 밑바탕 돼야 한다.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며 자부심을 느끼고 전문성을 쌓아가도록 교육청이 지원해야 한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교사들이 소진되는 것이 아니라 교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행복하게 가르칠 수 있는 교실, 어떤 교사도 혼자 힘겹게 버티다가 떠나가지 않고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최선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것. A 교사가 동료 교사와 우리 사회에 남긴 과제는 이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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