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사에 의한 김하늘 어린이의 끔찍한 살해 사건이 있은 이후, 교사들의 정신 건강에 대해 교육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깊은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국회는 ‘하늘이법’ 제정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으며, 교육부도 이에 대한 예방책 마련에 골몰하는 상황이다. 각종 언론은 교사들의 정신 건강에 대한 보도를 앞 다투어 제시하고 대응책을 제시하기에 나서고 있다.
이 모두가 목적은 하나, 다시는 김하늘 어린이와 같은 사건이 학교에서 아니 이 땅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와 교육부, 교육청, 언론, 그리고 최종적으로 학교의 대책 이외에 정작 사건의 당사자인 교사 자신은 어떻게 스스로 정신 건강을 지킬 것인가? 이 글에서는 교사들의 학교현장에서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그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 사건 이후 16년간 우울증을 앓던 동료 교사가 사직서를 썼다. 치료받으면서 교직 생활을 이어왔고 문제될 만한 행동을 한 적도 없다. 그런데도 자신이 마치 잠재적 가해자처럼 느껴져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그만큼 이 사건이 교사들 사이에서도 충격이다. 실제 우울증이 있는 교사는 스스로 자격이 없는 사람처럼 느끼기도 한다.” 이는 한 언론에 공개된 20년 차 한 초등학교 교사가 ‘대전 초등생 살해 사건’ 이후 학교현장을 두고 한 말이다.
필자가 중등학교 관리자(교감, 교장)로 있던 불과 두 해 전까지만 해도 매년 교사들의 정신건강이 갈수록 악화된다고 느꼈다. 특히 대도시의 과대학교(한 학년 12개 반 이상), 과밀학급(학생 수 28명 이상)의 담임교사는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경우가 심했다. 한 학급당 예측 불가능한 아이들 32~33명과 그 뒤에 있는 학부모 60명 넘게 1년 내내 상대하니, 담임교사들은 심리적 압박감이 매우 컸다. 간혹 학생들과 학부모로부터 “선생님, 이거 아동학대예요”라는 말을 들으면 숨이 멎고 우울함을 실토하는 교사도 있었다.
이제 교사는 스스로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한 자구책을 보다 철저하게 강구해야 한다. 첫째, 동료교사 간에 서로 대화하고 고충을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어야 한다. 혹시라도 전통적인 ‘칸막이 문화’로 인해 교사들 간에 불통과 무관심이 아직도 존재한다면 이는 스스로 자살골을 넣는 격이다. 그래서 둘 이상이 모이면 자주 커피 타임 등의 대화 시간을 갖거나 교내에서의 ‘교사 전문학습공동체’의 활동을 적극 권장하는 이유다.
둘째, 학교 간, 지역 간 교사들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같은 교과, 같은 학년, 같은 취미와 특기, 관심사 등으로 교사 간의 네트워크를 조직해 활동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평교사, 부장교사, 관리자의 구분을 탈피해 상호 간에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은 네트워크의 활성화에 달려 있다.
셋째, 교사는 끊임없이 성장을 위해 공부해야 한다. 요즘 학생들은 아이 신발을 신은 어른인 경우도 많다. 특히 독서를 많이 한 학생은 교사의 지적 수준을 능가한다. 학부모들 중에는 교사들보다 더 좋은 학벌을 가진 경우도 많다. 따라서 끊임없이 공부하는 교사의 자세를 견지해 어떤 학생, 학부모와의 대화나 상담 시에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전문적 식견을 갖추면 악조건의 교육환경에서 심리적 우울증을 극복하는 실효성이 크다 할 것이다.
넷째, 교사는 학생들에게 예기치 못한 잘못에 대해서 사과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인정하고 “그래, 네 말도 일리가 있다.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다”고 과감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은 오히려 인간적인 매력을 품을 수 있다. 사과에 인색하면 상황을 악화시켜 갈등은 물론 우울증과 같은 증세로 발전할 수 있다.
교사, 할수록 힘들고 어려운 직업이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보람과 만족감도 크다. 큰 스승은 못되어도 비난받지 않는 교사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려면 교사 스스로 자신의 정신 건강을 지켜나가야 한다. 세상에 공짜 없듯이 이에 대한 습관형성과 노력에 절차탁마의 자세가 필요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지 않은가? 주변의 그 어떤 법이나 제도, 조치보다도 교사 스스로의 노력이 우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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