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 번쯤 ‘로또 1등 당첨돼서 (자기가 원하는 것) 하고 싶다’, ‘어? 이거 할 만한데?’ 하며 일확천금을 얻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봤을 것이다. 그래서 로또 1등 번호를 알려주겠다는 업체들의 광고들도 종종 접해봤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 있는 확률과 통계를 보면, 업체의 분석은 무의미하며 로또 복권 당첨의 확률은 수학적으로 3%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울산 무거고등학교(교장 양승희) 학생들은 ‘수학과 친해지는 날’ 행사를 통해 일상과 연계된 다양한 수학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함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에는 이 ‘수학과 친해지는 날’ 행사를 지도한 손재연 선생님과 몇 마디 인터뷰를 진행했다.
▲ 만나서 반갑습니다. 본교의 연혁, 역사 등 전반적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본교는 지난 2006년 3월 6일 제1회 신입생 10학급 382명의 입학을 시작으로 하여 20년간 졸업생 5255명을 배출해왔습니다.
현재 제8대 양승희 교장 선생님을 포함하여 57명의 교직원, 17학급 415명의 학생이 함께 있습니다.
미래를 선도할 슬기롭고 자랑스러운 무거인 육성을 교육목표로 세워 배움과 성장을 추구하는 창의적인 학생(창의인),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정의로운 학생(정의인),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가꾸는 근면한 학생(근면인)을 길러내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 ‘2025 수학과 친해지는 날’ 행사의 개요는 어떻게 되는지?
‘수학과 친해지는 날’은 지난 2023년부터 시작된 행사로 전교생 중 희망자 참여 신청을 통해 자발적으로 구성된 학생들이 팀별로 탐구 주제를 선정하고 활동 방식 토의를 통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창의적인 체험 부스를 운영하는 행사입니다.
이번 행사는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느끼도록 돕고자 마련됐으며, 62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20개의 다양한 체험 공간(부스)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했습니다.
수학과 친해지는 날은 말 그대로, 학생들이 수학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느껴보는 자리였습니다. 단순히 이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부딪히며 수학을 체험해보자는 취지였죠.
학생들은 ‘가위질 한 번으로 도형 만들기’, ‘눈송이 속 프랙탈 찾기’, ‘이항분포 체험’, ‘수학 방 탈출’, ‘코딩으로 보는 수학 그래프’, ‘지진 대비 구조 설계’, ‘카프라 구조물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체험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건 수학 방 탈출 부스였습니다. 실제 고등학교 수학 문제가 포함되어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탈출하지 못한 팀이 많았어요. 그래도 참가자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고민을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방 밖에서 지켜보던 학생들도 함께 머리를 맞대며 열기를 더했죠.
▲ 학생들에게 가장 호응이 좋았던 프로그램은 무엇이었는지?
올해 가장 호응이 좋았던 프로그램은 ‘정다면체 공으로 볼링’입니다. 기존의 둥근 볼링공에 대한 상식을 뒤집고 정십이면체를 공으로 사용하여 직접 볼링핀을 넘어뜨리는 활동을 통해 학생은 물론 교사에게도 즐거운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였습니다.
가위질 한 번으로 도형 만들기 부스도 인기가 많았어요. 하지만 해보니 그리 간단하지는 않았습니다. 다양한 도형을 오려내는 데 성공한 사람은 손에 꼽혔고, 실패한 색종이가 금세 쌓여갔죠. 부스를 운영한 학생들은 종이를 치우느라 바빴지만, 도전하는 친구들과 함께 웃으며 그 순간을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 최근 성인과 미성년자를 가리지 않고 불법도박에 빠진 사람들이 늘어 이것이 사회 문제로까지 커지고 있는데, 확률과 기댓값 등을 실제로 체험한 학생들 사이에서 도박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변했는지?
도박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교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상 질문을 통해 설문조사 형태로 도박을 간접 체험하게 하고 도박에 대한 인식을 살펴본 팀이 있었습니다. 복권 광고나 당첨 사례 등과 같은 언론 노출 빈도나 인상적인 사건에 의해 심리적으로 “나도 가능할 것 같다”는 착각을 유발한다는 내용의 통계 포스터를 제작하여 학생들에게 도박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자 했습니다. 포스터 지면을 읽고 부스 운영자의 설명을 들은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경험과 심리상태를 표현하였습니다.
▲ 마지막으로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 어떻게 수학에 흥미가 생기게 할지 고민하는 동료 선생님들께 한 마디 하자면?
학생들은 문제를 풀어서 해결하는 과정만 수학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행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생활의 각 장면 속에서 수학, 국어, 과학, 체육 등이 함께 어우러져 종합적으로 만들어지는 사건인데, 수학을 종이와 연필에만 가둬두는 게 안타깝습니다. 넓은 시각으로 수학을 바라보면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어떻게 하면 학년 말까지 끝까지 선생님과 함께 학생이 수학의 끈을 손에 쥐게 할까를 고민하는 많은 동료 선생님들께 응원의 인사를 보냅니다. 수학은 도구일 뿐, 우리는 선생님입니다.
▼사진 (위). 한 부스에서 학생들이 체험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가운데). 울산 무거고등학교 학생들이 '수학과 친해지는 날' 포스터를 제작해 홍보하고 있다.
▼사진 (아래). 한 부스에서 프렉탈 도형의 대표적인 예시인 '코흐 눈송이'에 대해 그 원리를 소개하고 완성된 눈송이를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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