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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곡 전재학(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 산곡남중 교장)

최근 우리 사회는 어느 때부터인지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가 시퍼렇게 날 선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어느 언론이든 교사-학부모의 갈등을 표면화하거나 각종 사건⋅사고를 다루지 않는 기사가 없을 정도다. 여기에는 최근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학부모의 입장으로 역지사지해 보면 그들이 매우 억울해 하는 사실을 숨길 수 없다. 예컨대 대전에서의 초등학생 죽음을 보라. 그렇다면 교사는 어떤가? 괴물 같은 학부모의 등장으로 각종 악성 민원과 갑질, 고소⋅고발 사건은 온통 교사를 옥죄고 ‘교사 학대’ 내지 ‘교사 때리기’란 신조어를 등장시켰다.

사실 모든 아이의 첫 번 째 선생님은 부모이다. 그 아이가 성장하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선생님도 사실은 부모이다. 그러므로 학교 교사는 절대로 부모를 극복할 수 없다. 즉, 부모보다 더 훌륭한 선생님은 이 세상에 없다는 말이다. 자식은 부모가 보여 주는 훌륭한 모습을 가장 자연스럽게 배우며 따라간다. 그래서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고 한다. 그런데 부모가 학부모가 되고 학부모는 부모와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현실이다. ‘내 새끼 지상주의’가 학부모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부모로서 두 아이를 키워 가르쳐 사회에 배출한 상태에서 이제는 그 아이들이 2세를 낳아 다시 그 2세들을 돌보는 입장이 되었다. ‘내리 사랑’이라 하듯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토끼 같은 손주들을 보면서 다시 부모가 되어간다. 그런데 그 부모는 예전의 부모가 아니다. ‘손주 바보’라 해도 변명할 수 없는 그야말로 무조건적 사랑 베풀기의 상징이 되어 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는 부모 보다 앞서 그 손주들을 보호하는 입장에서 더욱 ‘내 손주 지상주의’로 빠져든다. 따라서 이는 어쩌면 ‘법보다 주먹이 더 가깝다’고 이실직고할 수 있다.

그런 입장에서 머리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지만 몸에 배어가는 행동과 생각은 부모를 능가하는 아이에 대한 집착과 사랑이 압도적이다. 여기에 혹시라도 누군가 아이들에게 해를 가하거나 심지어 감정에 거스르는 말 한마디라도 하면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행동은 지극히 이기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 어떤 말이나 행동도 일차적으로 이성적 합리적 판단으로 거르지 못하고 즉각 감정적 대응이 앞서게 된다. 그래서 핵가족화가 오히려 가족의 응집력 면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작동하는 것이 현대사회의 특징이라는 믿음이 굳어진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설득의 3대 요소로 에토스(Ethos:인품, 인격)와 파토스(Pathos:감성), 로고스(Logos:이성)를 주장했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이 에토스다. 화자가 말을 아무리 잘한들 전하는 메시지의 신뢰성이 떨어지면 아무도 믿지 않는다. 이는 에토스가 윤리학(Ethics)의 어원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 다음은 파토스다. 청중의 심리적 상태나 욕구 등을 고려해 설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로고스가 파토스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에토스 60, 파토스 30, 로고스 10의 비율이 합리적인 설득의 비율이 되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명연설이라 평가하는 링컨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연설과 마틴 루터 킹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 역시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를 잘 활용해 청중의 감정을 이끌어내고 뇌리에 남게 한 것으로 평가한다.

교사는 모든 교육활동, 특히 학생과 학부모와의 대화와 설득에서 이를 충분히 감안해 적용해야 한다. 왜냐면 인간은 입증된 사실보다 믿고 싶어 하는 사실에 더 이끌린다는 ‘확증편향’을 최우선으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의 혈연관계에 의해 무엇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내리사랑’이다. 이는 ‘피는 물보다 더 진하다’는 진리의 실체다. 요즘은 가정으로 보내는 가정통신문에도 ‘학부모 서명’을 ‘보호자 서명’으로 바꾼 지 오래다. 이제는 ‘보호자’보다 ‘양육자’라는 말이 더 능동적이고 합리적이다. 따라서 교사는 내리사랑과 진한 피를 나눈 보호자이자 양육자인 (조)부모를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들을 최우선하는 지혜로써 학생교육의 모든 문제에 슬기롭게 접근하기를 제언(提言)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