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우(신한대학교 보건대학 학장 주간교육신문사 미래교육논객)
존 듀이(John Dewey)는 일찍이 "만약 우리가 어제의 방식으로 오늘의 학생들을 가르친다면, 우리는 그들의 내일을 빼앗는 것이다"라는 뼈아픈 통찰을 남겼습니다. 이 경고는 인공지능(AI)이 교실의 문턱을 넘어 교육의 심장부로 진입한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 선명한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생성형 AI가 등장하여 에세이를 쓰고, 코딩을 하며, 복잡한 수식의 해답을 순식간에 내놓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입니다. '지식의 전달자'로서 절대적이었던 교사의 권위가 해체되는 이 거대한 변화의 파도 앞에서, 교사들은 필연적으로 "나는 무엇을, 그리고 왜 가르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교수법의 고민이 아니라, 교사의 '교육 철학'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시대적 신호탄입니다.
AI가 가져온 가장 큰 충격은 '지식의 민주화'와 '기능의 대체'입니다. 과거 교사의 미덕이 지식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이었다면, 이제 그 역할은 클릭 한 번으로 무한한 정보에 접속할 수 있는 AI에게 넘어갔습니다. 단순한 지식 주입이나 정답 판별에만 머무르는 교사는 머지않아 알고리즘에 의해 대체될 위기에 처할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교사가 붙잡아야 할 것은 기술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 즉 확고한 '교육 철학'이라는 나침반입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정답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그 너머에 있는 학생의 고유한 맥락을 읽어내거나 질문의 가치를 판단하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교사는 지식 기술자가 아닌, 지식의 큐레이터이자 학생의 성장을 돕는 촉진자(Facilitator), 그리고 인간다움의 가치를 일깨우는 멘토로 거듭나야 합니다. AI가 정보를 제공할 때, 교사는 그 정보가 진실한지, 윤리적인지, 그리고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비판적으로 사고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무엇(What)'을 아느냐보다 '왜(Why)'와 '어떻게(How)' 그 지식을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인간 교사만의 고유한 영역입니다. 기계는 윤리적 딜레마 앞에서 고뇌하지 않지만,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가치를 고민하며 올바른 시민으로 성장할 길을 제시해 줄 수 있습니다.
더불어 AI 시대의 교육 철학은 '연결'과 '인간성'의 회복에 방점을 두어야 합니다. 디지털 기기 속 파편화된 정보에 매몰되기 쉬운 학생들에게, 교사는 지식과 삶을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따뜻한 다리가 되어야 합니다. AI 튜터가 문제를 내줄 수는 있어도, 좌절하는 학생의 눈빛을 읽고 공감하며 "너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은 오직 교사의 몫입니다. 또한, 기술의 윤리적 사용과 디지털 시민성을 함양하는 것 역시 교사의 확고한 철학 없이는 불가능한 과제입니다.
우리는 지금 교육의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AI는 낡은 교육 관습을 타파하고 진정한 배움의 의미를 되찾게 해 줄 강력한 도구이자 기회입니다. 교실은 더 이상 정답을 맞히는 곳이 아니라,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용광로가 되어야 합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스승'의 존재는 더욱 절실해집니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지혜는 부족한 이 시대에, 학생들의 잠재력을 꽃피우게 하는 것은 결국 교사의 따뜻한 시선과 흔들리지 않는 철학입니다. 윌리엄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가 말했듯, 진정한 교육은 "양동이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불을 지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이 모든 교사에게 아이들의 가슴속에 꺼지지 않는 배움의 불꽃을 피워올리는 자신의 철학을 점검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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