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 지역 학생들의 토론회에서 한 고등학생이 “실패는 낙인이 아니라 성장의 과정이다”라고 말해 우리 교육에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했다. 고등학생이 남긴 이 짧은 한마디가 가슴 깊이 울림을 주는 것은 우리 교육이 점수와 등수, 합격과 불합격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는 경쟁 중심에서, 실패를 ‘성적표의 오점’이 아닌 ‘성장의 씨앗’으로 바라보는 통찰력이 놀라울 정도로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단지 한 학생의 개인적인 다짐이 아니라,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과도 같다.
현재의 우리 교육은 지나치게 결과 중심적이다. 한 번의 시험, 한 번의 입시가 인생을 좌우하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은 실수를 두려워하고, 실패를 부끄러워한다. 그 과정에서 도전은 사라지고, 창의성은 위축된다. 그러나 실패를 통해 배움이 일어나고, 진정한 성장은 시행착오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를 외면한 교육은 결국 아이들의 가능성을 제한하게 만든다.
실패를 통해 도약한 대표적인 인물로는 스티브 잡스를 들 수 있다. 그는 자신이 만든 회사 <애플>에서 해고당하는 충격적인 실패를 겪었지만, 그 경험을 통해 오히려 창의력과 통찰력을 갈고닦아 다시 회사로 복귀해 세계를 바꾼 혁신을 이끌었다. 만약 그가 실패를 부끄럽게 여겨 주저앉았다면, 오늘날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실패는 종착점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교육에도 이러한 가치가 심어져야 한다. 핀란드 교육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교육’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핀란드 학생들은 초등학교 시절 성적표를 받지 않으며, 틀리거나 못하는 것을 창피하게 여기지 않는다. 대신 교사들은 학생의 과정을 관찰하고 개별적으로 피드백을 해준다. 이로써 학생들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세를 자연스럽게 형성한다. 우리도 이제는 ‘정답을 맞히는 교육’에서 ‘과정을 통해 배우는 교육’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한 중학교 교사는 “학생이 시험을 망치고 울 때, 그 아이가 무엇을 배웠는지 묻는다”고 한다. “그 실패가 무엇을 알려줬는지를 함께 이야기해 보자”고 하면, 아이는 눈물을 멈추고 진지하게 자신의 공부법, 마인드셋, 체력 등 다양한 요소를 되짚어본다고 한다. 이렇듯 교육은 실패를 성찰의 기회로 삼게 해야 하며, 그것이 진정한 배움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첫째, 실패를 용인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틀려도 괜찮고, 잘못해도 다시 시도할 수 있다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더 깊이 사고하고 창의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둘째, 결과보다 과정을 평가해야 한다. 한 아이가 노력한 시간과 태도, 도전한 정신이 시험 점수보다 더 중요하게 평가받을 때, 아이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실패담을 공유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교사와 학부모부터 실패에 대한 건전한 태도를 보여야 하며, 학생들도 서로의 실수 속에서 배우는 경험을 기꺼이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몇 점 맞았니?”가 아니라, “이번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니?”라고 말이다. 또한 “왜 실패했니?”가 아니라, “어떻게 다시 도전할 거니?”라고 물어야 한다. 이러한 질문이 쌓일 때, 아이들은 비로소 실수와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이를 선도하는 KAIST에서 해마다 실시되는 ‘실패 발표 대회’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진취적이고 선구적인 사고라 아니할 수 없다.
다시 되돌아보아 “실패는 낙인이 아니라 성장의 과정이다”라는 고교생의 이 말은 단지 스스로 위로하는 언어가 아니다. 이것은 교육의 본질을 꿰뚫는 진리이며, 아이들을 진정으로 성장시키는 길이다. 지금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루어지는 대학 입시와 내신성적 등 고교생이 감내하는 우리 교육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위 진리를 교실 안에서, 가정 안에서, 사회 안에서 살아 숨 쉬게 만드는 것임을 모두가 공감하고 깨달아 행동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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