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고교 교사 10명 중 9명 이상이 고교학점제가 사교육과 교육 격차 심화를 불러오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체 의식 약화, 학생 성장 저해 등 전반적인 부작용을 지적하는 비율 역시 87%를 넘어 고교학점제 운영에 대한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교총 등 교원 3단체는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고교 교사 40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은 이달 4~14일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1.52%다.
응답 교사의 83.7%는 일반고에 근무했으며, 학교 규모는 21학급 이상이 70%였다. 1학년 교과 담당 교사는 54.4%였다. 조사 결과, ‘반편성 어려움’(97.1%), ‘공동체 생활 지도 어려움’(92%), ‘다과목 지도 지원 부족’(98.4%) 등 제도 운영 과정의 구조적 한계를 호소하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학교 규모에 따른 교육 격차 심화’(95.7%) 역시 큰 문제로 꼽혔다.
교육적 영향에 대해서도 부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사교육 및 교육 격차 심화’(87.5%), ‘공동체 의식·유대감 약화’(87.3%), ‘학생 성장·발달에 부정적 영향’(87.5%) 등 다수가 제도의 본래 취지와 달리 학생 부담과 불평등을 키우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최성보)와 미이수제에 대해 교사 90.9%는 “효과 없다”고 평가했으며, 83.2%는 “낙인과 정서적 위축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최성보 자체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응답도 77.1%에 달했다. 교사 91%는 학습 부진이 대부분 3년 이상 누적된 경우가 많아 단기 보충지도로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NEIS 수업 교시별 출결 처리 권한을 과목 담당 교사와 담임에게 동시에 부여한 조치’는 응답자의 63.1%가 긍정적으로 평가해 그나마 개선된 부분으로 꼽혔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고교학점제가 학생의 학습·정서·관계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정부가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원단체는 ▲미이수제·최성보 폐지 ▲선택과목 절대평가 전환 ▲학습 결손 학생 대상 책임교육 강화 ▲국가교육위원회 논의 구조 개선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는 학부모와 학생도 참석해 사교육 의존 증가, 낙인 문제, 학생 중도이탈 등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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