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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추락 등 반성 없고 정책 대안도 빈곤

지난 6월30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에 6명의 교육감들이 나타났다.
곽노현 서울교육감을 비롯, 김상곤 경기, 민병희 강원, 김승환 전북, 장만채 전남, 장휘국 광주교육감등이 그들이다.

‘교육혁신 공동선언문’이라는 진보진영 교육감들의 교육 노선을 천명하는 자리였다. 이들은 초중등교육부터 대학교육, 교육재정, 교육과정, 교육복지등 전분야에 걸쳐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결론은 이같은 체제로는 교육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새로운 교육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계 인사를 망라한 민간독립기구, 즉 국가교육위원회 구상을 제안했다.

이제까지의 틀로는 새로운 교육수요를 담아낼 수 없는 만큼 모든 정파를 아우르는 새로운 체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위 진보교육감으로 불리 우는 6명이 정부, 좁게는 교과부에 정면 도전장을 내고 나선 것이다. 교과부에서 교육청, 지역교육청, 학교로 이어지는 수직적 거버넌스로는 새로운 시대의 비전을 담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대신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공교육의 주인이되는 민간 거버넌스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데 자신들이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교육감 6명의 교육선언을 보는 세간의 시각은 썩 곱지 않았다. 우선 여야와 진보 보수를 아우르는 초정파적 교육기구 구성을 제안하면서 보수성향의 교육감은 단 한명도 참여하지 않았다. 외견상으로도 반쪽짜리인 셈이다. 그들이 얼마나 설득을 했는지는 알길 없으나 보수진영은 이들의 회동을 철저히 무시했다.

정권와 정파와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교육기구를 두자는 주장은 이전에도 여러차례 있었다. 그러나 이제껏 정권은 넘나들며 교육정책 기조를 유지해준 교육구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언제든 집권세력보다는 야권의 단골메뉴 였기에 논리적 타당성과 당위성에도 불구, 실현 되지 못했던 것이다. 새로운 기구를 만들자는 제안은 재탕 삼탕을 거쳐 온 진부한 주장인 셈이다.

또 집중이수제등 교육과정 문제나 대학입시제도등 중요한 현안에 대해서는 문제점만 지적했을뿐 정작 듣고 싶었던 대안은 없었다. 피상적인 선동성 구호만 나열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었다.

더욱이 의심스런 것은 이날 기자회견 이후 이들 6명의 교육감과 야권 정치권인사들이 합동으로 참여한 오찬자리 였다. 시내 유명 음식점에 차려진 오찬에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비롯 한완상 전 교육장관, 유시민, 이인영 전의원, 그리고 진보성향 시민단체 대표 30여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이 자리는 교육감들의 교육선언은 재야 진보진영 정치권 인사들의 지원과 협조를 구하는 정치적 보고회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주민직선으로 누구보다 화려하게 등장한 이들 6명의 교육감, 그들이 1년을 맞는 것은 분명 경사스런 일이지만 겸허한 자성과 성찰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이 아닐수 없다.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등 정치적 일정을 앞두고 일찌감치 특정 정치 세력을 품으로 들어가려는 행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주성, 전문성을 강조한 교육자치의 정신을 훼절시키는 것이어서 더욱 씁쓸하다. 구태를 답습하는 그들에게 진보라는 수식어가 과연 맞는 말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