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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눈물 닦아주는 교육계 됐으면…

대부분의 언론은 지난 몇 달 동안 서울교육계를 경쟁적으로 초토화시켰다.

전문직 인사비리 사건이 터지자 교육현장을 부정과 비리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교장은 전횡을 일삼는 마피아 두목 쯤으로, 교직사회는 돈이면 뭐든 다 통하는 곳이 됐다.

경마중계식 보도 태도는 사건을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는 바람에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린 인사들은 참을 수 없는 모멸감과 고통속에 나날을 보내야 했다.

참고인으로 검찰청 문 앞에만 갔다 와도 체포 됐다는 보도가 나오는 바람에 그야말로 악 소리 한번 못하고 만신창이가 되기 일쑤였다.

교육계 인사 A씨는 한때 기자들이 한 시간에 한 번 꼴로 확인전화를 하는 바람에 지금도 불면증과 노이로제에 시달린다.

B씨는 경찰출입기자들이 집무실 까지 찾아와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 하다시피해 정상적인 업무를 못 볼 지경이었다. 그는 동료 교사들과 학생들 앞에서 현행범 취급을 받아야 하는 인간적 수치심이 무엇보다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놨다.

태풍이 할퀴고 간 것처럼 검찰의 사정 바람에 풍비박산이 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C씨는 정신적 충격을 견디지 못한 부인이 쓰러지는 위험한 고비를 맞았고, D씨의 자녀는 다니던 직장을 휴직해야만 했다. 이외에도 수많은 교육자들이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려 따가운 눈총과 뭇매에 시달려야 했다.

그래도 이들은 비교적 사정이 나은 편. 선거자금 반환문제로 소송중이던 공정택 전 교육감의 처지를 못 본척 지나칠 수 없어 십시일반의 심정으로 도움을 줬던 인사들은 인생이 송두리째 뒤흔들리는 위기를 맞고 있다.

전현직 교육장과 장학관 등 소위 ‘억세게 운 없는 4인방’이 그들이다. 지난 40여년 가까이 서울교육과 동고동락 했던 4명의 교직인생은 지금 바람 앞의 촛불이나 다름없다.

공 전 교육감이 막 옷을 벗었을 당시만 해도 30억원에 가까운 선거자금을 물어내야하는 그를 동정하는 여론이 많았다. 노구를 이끌고 힘겨운 법정투쟁을 벌이는 그를 딱하게 여겼던 것이다. 일부 언론은 공 전 교육감의 파산까지 언급했을 정도다.

인지상정, 수십년을 한솥밥 먹으며 인연을 맺었기에 불명예 퇴진한 상사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고 싶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 사무실 운영비에 보태라고 전달했을까.

아닌 말로 30억을 물어내야하는 공 전 교육감에게 천만원의 ‘약발’은 언발에 오줌이나 다를 바 없었다.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한다고 하지만 그들이 공 전 교육감에게 준 돈에서는 직무관련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들 대다수는 이미 전문직의 꽃인 교육장에 오른 인물이다. 한 사람은 지난 3월 인사에서 오히려 뒷전으로 밀렸다. 그런 그들이 후일을 담보로 뇌물을 줬으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법은 원칙이 지배한다면 현실은 관행의 영향을 더 받는다. 악의 없는 관행이 존경과 신망을 받았던 인사들을 지금 나락으로 밀어내고 있다.

검찰의 깊은 속내를 알수도 없고, 저간의 사정을 모두 꿰뚫을 수는 없지만 그들에게 더 이상 돌을  던지는 일많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음 달이면 스승의날이다. 상처 입은 자존심을 다독이고 억울한 눈물을 닦아주는 그런 날이 됐으면 하는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