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료를 내지 못하는 고등학생이 크게 늘었다. 정부가 대학생들에 대해서는 취업후 등록금을 상환하도록 하는 혜택을 베풀면서 정작 보통교육에 대해서는 장학금등 재정지원을 소홀히해 학생과 학교 모두가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일선 고교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현재 수업료를 내지 못하는 학생이 1년전과 비교해 대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주민 생활 여건이 어려운 지역에 소재한 고등학교들의 경우 수업료 미납 금액이 3천~6천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나타났다. 이들 학교들은 수업료에 포함된 학교운영비가 걷히지 않는 바람에 공공요금 납부등 학교 경상경비 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급식비를 못내는 학생들도 크게 늘어 취재 대상학교들 중에는 미납금액 규모가 1년전에 비해 두배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돈이없어 공부 못하는 학생이 없도록 하겠다’는 이명박대통령의 의지 표명에도 불구, 경기침체와 교육당국의 지원 부족으로 수업료와 급식비를 내지못하는 학생들이 늘어만 가고 있는 것이다.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A고등학교는 12월 말 현재 수업료를 내지 못하는 학생이 120여명에 이른다. 이학교는 수업료 미 징수금액이 3500여만원 가까이 된다.
1년전만 해도 수업료를 내지 못하는 학생이 2월말 까지 단 1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늘어난 규모다. 학교측은 담임교사들을 통해 수업료 납부를 당부하고 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로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여서 수업료 징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관악구 B고등학교는 수업료 미납액이 5500여만원에 이른다. 학교측은 학교운영비가 모자라 공공요금납부등 일상적인 학교운영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 학교관계자는 “ 경기가 살아나다고 해도 서민들이 밀집된 지역에서는 체감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 때문에 수업료를 못내는 학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도봉구 C고등학교 역시 수업료를 못내는 학생이 1년전에는 22명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69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급식비 미납 학생도 늘어나긴 마찬가지다. 서울 영등포구 D고등학교는 1월 현재 급식비 미납액이 520여만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370만원과 비교하면 40% 가량 늘어난 셈이다.
인근 지역에 위치한 E 고등학교는 사정이 더하다. 1천2백여명 학생중 급식비를 내지 못하고 있는 학생이 64명, 금액으로는 860만원이 미납처리돼 있으며 수업료 미징수액도 2천여만원에 이른다고 학교측은 밝혔다. 학교관계자는 방학기간중 수업료와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들을 상대로 전화 독촉을 할예정이어서 학년도가 끝나는 2월경에는 지금보다 숫자가 줄어들겠지만 미납규모는 예년 보다 늘어날것으로 전망했다.
수업료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이 매년증감 함에 따라 일선 학교에서는 교육당국에 보다 근본적인 지원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담임추천 장학금 비율을 늘려 가정형편이 어려워 수업료를 내지 못하는 학생을 줄여나가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차상위 계층은 물론 차차상위 계층까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경우 수업료등 학비를 면제할수 있도록 장학금 지급등 재정지원규모를 대폭 늘려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 고등학교 세입담당자는 “가난한 학생들에 전화를 걸어 수업료 납부를 독촉하는 일이 무엇보다 가슴 아프고 괴롭다”면서 정부가 이들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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