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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선택제 영향…일반계고에 밀려 위기

서울시내 에시 공고에 근무하는 이 모교사는 요즘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한창 신입생 원서를 받아야 할 때이지만 작년과는 확연히 다른 학생들의 반응에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해마다 입시철 이면 근처 중학교에서 10여명이상의 학생들을 끌어왔던 에이교사 였지만 올해는 곤두박질 쳤다.

지난 2일 현재 에시교사가 받아온 원서는 달랑 두장. 이 같은 상황은 예이교사 뿐이 아니다. 동료교사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실적’이 말이 아니다. 정원을 못채우는 최악의 사태까지 예견되는 마당이어서 학교측에 비상이 걸렸다.

원서마감 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있기는 하지만 지금 추세라면 대규모 미달사태까지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고교 선택제는 전문계고 입시에 결정타를 날렸다.
경쟁률에 사활을 건 일반 인문계고교들이 무차별적인 홍보 마케팅에 나서면서 학생들의 시선이 돌아섰다. 웬만한 인문계 학교의 경우 연간 천여만원 이상씩 홍보전에 쏟아붓는등 총력전을 펼치고있다.

여기에 비슷한 시기에 모집이 이뤄지는 자율형사립고와 자율형 공립고 그리고 특성화고교와 입시전형이 맞물리면서 일반 전문계고는 학생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정부들어 고교 교육정책에서 특목고와 자율고, 마이스터고등 소위 잘나가는 학교들에 정책적 지원이 집중된것도 전문계고 학생모집을 어렵게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계고교에 대한 정부의 정책기조 역시 종전의 진학위주에서 취업위주로 바뀌면서 대학진학에 대한 인센티브가 약화된 것도 학생들의 선택욕구를 떨어뜨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전문계고 교사들은 예전에는 대학진학이 수월하다는 논리로 학생들을 끌어올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마저도 특성화고에 밀리면서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털어놨다.

이뿐이 아니다. 얼마전 정부가 내놓은 직업교육 선진화 방안에서 전문계고교를 오는 2020년 까지 400개로 줄인다는 방침을 밝혀 전문계고 입지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앞으로 고교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켜 중등교육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교육전문가들은 직업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조차 고교들의 홍보전에 말려들어 무작정 인문계 진학을 선호하는등 벌써부터 진로교육에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내 한 전문계고 교장은 “교과수업을 가르쳐야할 선생님들에게 분필대신 입학원서를 쥐어주고 중학생들을 데려오게하는 요구를 언제 까지 반복해야할지 모르겠다”며 답답해 했다.